공계열
“가을”이라고 부르는 끝에
깊은 우물이 고였습니다
투명한 청잣빛 하늘이 빠지고
잔비늘 같은 구름이
서쪽으로 흘러갑니다
구름을 살짝 건져 올립니다
손가락 사이로 주르르 가을이 흘러내립니다
“가을”하고 부르는 끝에
낙엽이 날려갑니다
내 생을 다 바쳐 써내려간
부치지 못한 편지가 발에 밟힙니다
바람이 서걱거리며 읽다가
어느 후미진 골짝에
흙과 살 섞으며 누운 편지의 봉분을 봅니다
“가을”하고 부르는 끝에
코스모스가 흔들립니다
동생이 긴 목을 흔드는 풍선을 들고 있습니다
바람에 풍선을 놓친 다섯 살 동생이
누런 벌판을 질질 끌고
풍선을 잡으려 높이 올라가다
별의 자궁 속에 별로 잉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