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꼭 극장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다양한 플랫폼의 OTT 서비스 등을 통해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이 늘었다.자연스럽게 최신 개봉작 뿐 아니라 지난 명작 다시 보기 열풍도 불고 있다.추석 연휴를 맞아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개성 있는 지난 영화들을 강원도민일보 문화팀에서 골랐다.특히 서로 다른 형태의 가족 구성원 별로 감상하기 좋은 작품들을 추천한다.

할머니·손주까지 3대가 함께 코코
흥겨운 노래 속 기억의 ‘눈물버튼’


멕시코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디즈니의 흥겨운 음악 애니메이션이자 가족 영화.뮤지션이 꿈인 소년 미구엘과 함께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펼쳐지는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목청껏 노래 부르고,춤도 추고 싶어진다.특히 어린이 관객들이 즐거운 음악과 화려한 애니메이션에 빠져들 수 있다.신나는 분위기 속 감동 코드가 곳곳에 있어 어느 순간 ‘눈물 버튼’을 마주하게 된다.서로를 ‘기억’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알게 되기 때문이다.할머니의 따뜻한 품이 그리운 ‘어른이’들에게도 강력 추천.오랜만에 할머니를 찾아 뵙고 꼭 껴안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진다.하늘나라로 떠나셨다면 앨범 속 할머니·할아버지 사진을 오랜만에 꺼내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성묘길 가는 기분도 남달라질 것.

 

엄마와 딸,혹은 자매 작은 아씨들
개성 다양한 네 자매 성장 이야기


메그·조·베스·에이미,그리고 로리.미국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의 소설 ‘작은아씨들’을 읽어 본 독자라면 네 자매 중 누가 자신의 성격과 가장 가까운지,또 ‘최애’는 누구인지 한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배우,작가,음악가,화가 등 꿈도 개성도 다양한 네 자매가 어른이 되어가며 겪는 우정과 사랑 이야기가 그레타 거윅 감독의 섬세한 해석과 연출로 다시 엮였다.안정과 변화 사이에서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자매들을 보며 가족들과 연애나 결혼관,진로 등의 이야기를 나누기 좋다.네 자매의 의상을 보는 것도 즐겁다.작년 미국과 영국 아카데미에서 모두 의상상을 받았다.메그와 에이미의 드레스,조의 재킷 코디 등이 가을 색감과 딱이다.언니,여동생,엄마 팔짱끼고 가을 감성에 빠져보고 싶다면.

 

아빠와 사춘기 아들 보이후드
한 명의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


‘비포’ 시리즈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무려 12년간 촬영했다.6살 소년이 대학생이 될 때까지의 시간 변화를 따라간다.이혼 가정의 소년 ‘메이슨 주니어’를 중심으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이어지지만 긴 시간 누적된 한 가족의 이야기를 165분에 풀어내고 있다.장면이 바뀔수록 어른이 되어가는 아역들,주름이 늘어가는 에단 호크 등 배우들을 관찰하다 보면 나의 유년기와 10대를 떠올리거나 점차 익어갈 중·노년의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누나 ‘사만다’ 역을 맡은 로렐라이 링클레이터가 실제 감독의 딸이라는 점도 흥미롭다.어색한 아빠와 아들 사이,미처 나누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이 영화로 대신하면 어떨까.함께 나이 들어갈 부모,금방 훌쩍 클 자녀의 마음을 다시 한번 보듬어 줄 영화.

1인 가구에게 미스리틀선샤인
엉망진창? 가족이니까 괜찮아


이 영화 속 가족은 볼품없다.구성원 하나 하나 ‘사회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심지어 웃음거리나 비난의 대상이 될만한 요소들을 최소한 하나씩은(대부분 그보다 많이) 가지고 있다.누가 봐도 ‘콩가루’인 이 집안의 막내딸 ‘올리브’는 어린이 미인대회에 나가는 것이 꿈이다.낡은 고물버스를 타고 대회가 열리는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가족의 여정은 엉망진창.인생의 어둠을 지나고 있는 어른들이지만 일곱살 올리브를 응원하는 마음만은 같다.이유는 단 하나,가족이니까.여러 사정상 혼자 남게 된 연휴,만나지 못해도 늘 응원을 보내주는 가족과 스스로의 성장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돌아보면 우리 모두의 인생은 꽤 괜찮다.덜컹대지만 실은 애정으로 가득한 노란 버스처럼.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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