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월급쟁이가 산골에 집을 짓고

자급농이니 자족농이니 하며

갖은 푸성귀를 심어 먹는 일은

대대로 농사꾼인 이웃들에게는

밉상스런 일임이 분명할 것이다 게다가

부지깽이도 거든다는 바쁜 농사철에 눈치도 없이

덩치 큰 개에 이끌려 마을을 어슬렁거리는 일은

유모차를 밀고서야 논을 물고 엎드린 노인들에겐

더더욱 이쁜 모양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풀을 키울 수만도 없어서

콩은 튀고 깨가 쏟아진다는 말을 비닐멍석에 앉히고

베어 뉘였던 들깨를 걷어 타작을 해 보는데

이 모두 도리깨질을 당하고서야 얻는 소득이라는

전혀 새로운 깨달음이 촤르르 촤르르 쏟아지는 것이다



얼마나 더 매를 맞아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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