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지나는 길모퉁이마다
오죽잎 흔들리는 소리가
촘촘히 젖어 들었다
붉은 잎으로 떨어지는 대관령 산 그림자
너의 숨결에 젖어 물비늘처럼 환하다
제 몸의 무게 벽화처럼 견디며
새벽을 여는 여문 향기는 항로가 되어
무영등처럼 달로 뜨고
우주를 노래하던 붉은 해는
낯선 길을 걸어와 온 힘으로 세상을 품었다가
낮은 걸음으로 꽃잔치 열었다
‘단풍 들었다’
시인은 다만 시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