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용 한국은행 강원본부장
최재용 한국은행 강원본부장

백신접종 확대로 코로나의 경제적 충격이 점차 줄어들면서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정책 대응도 조금씩 달라지는 모양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Fed)이 올해 안에 시중유동성 공급을 위한 채권매입을 점차 줄일(tapering·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계획임을 시사하는가 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 중앙은행들이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를 조심스럽게 시그널링하고 있다.

정책 정상화는 말 그대로 시장상황 전개에 따라 비상시 대응 수준을 조금씩 완화시켜 나가겠다는 의미인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충격이 거의 없도록 점진적으로, 충분한 소통을 통해’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 중에서도 통화정책의 정상화에 특히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는 특정 대상에 집중하는 재정정책과는 달리 통화정책은 대상이 무차별해서 그 효과가 비교할 나위 없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는 자금 여유가 없는 개인이나 기업의 숨통을 터주어 경제를 살리는 효과가 큰 반면 자금 여유가 충분한 경제주체의 자산투자나 현금보유를 과도하게 늘려 경제 불균형을 초래하는 유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경제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중앙은행들의 정책반응함수 역시 예전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정책결정시 객관적 지표에 주로 의존하면서도 데이터가 담기 어려운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그 좋은 예가 미국 연준의 ‘Fed Listen’ 행사다. 연준은 최근 ‘팬데믹 경제회복 전망’이라는 주제로 지역 중소기업, 호텔, 제조업 등 업계 대표들의 의견을 묻는 이 행사를 가졌다. 향후 정책 정상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통해 읽을 수 없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매우 특별한 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한국은행도 매 분기별로 전국의 각 지역본부에서 작성한 지역경제보고서를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하고 정책결정에 반영하고 있다. 각 지역본부는 해당 지역의 다양한 업체들을 모니터링해 관련 통계와 현장리포트를 작성한다. 한국은행 강원본부의 3/4분기 분석내용을 보면 강원경제의 경우 생산이 점차 회복되는 가운데 건설투자를 제외한 대부분 수요도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수출이 의료기기, 자동차부품 등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큰 폭 증가하고, 코로나 타격이 컸던 관광업도 여행,레저 분야에서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지역경제 회복에 기여가 클 것으로 분석됐다. 강원지역 소재 626개 기업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경우 아직 회복세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최근 5개년 평균보다 높은 수준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원 7개시 600개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9월 들어 상승세로 반등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백신접종률이 크게 높아지는 11월로 접어들면 이제 ‘위드 코로나’ 시대가 개막된다고들 한다. 한국은행 강원본부도 미국 연준의 ‘Fed Listen’ 행사처럼 강원경제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기 위해 ‘팬데믹 강원경제 전망’을 주제로 한 ‘강원 Listen’ 행사를 개최하려 한다. 매월 정기적으로 수행하는 모니터링 차원을 넘어 보다 생생하게 현장을 이해하는 살아있는 논의하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곧 연말이다.어느덧 익숙해진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 위드 코로나,나아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많은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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