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때아닌 가을 추위가 몰아쳤다. 10월 중순에 영하 3도까지 내려간 것은 64년만이라고 했다. 가을이 무르익는 10월 들어서도 한낮 더위가 여름을 방불케 하더니, 주말 저녁부터 시작된 가을 추위는 휴일 아침 절정을 이뤘다. 이 추위로 아직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던 꽃들은 이내 떨어지고, 거리에는 두툼한 겨울 외투를 입은 사람들도 등장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10월의 모습이다.

10월만 되면 많이 접하게 되는 노래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리톤 김동규가 불러 유명해진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저 하늘이 기분 좋아/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중략)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모두가 너라는 걸/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가을이 깊어지는 10월의 어느 날에는 저절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 모양이다.

10월은 무엇보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노래가 세상에 나온 것이 1982년이었으니까, 벌써 40년이 흘렀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시월의 마지막 밤을/뜻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우리는 헤어졌지요(하략)” 시월의 마지막 날 즈음 강원도는 단풍보다는 낙엽이 주인공이다. 이 노래는 낙엽의 그것처럼 헤어진 사람을 그리워하는 쓸쓸함과 공허함이 묻어있다.

그런데 10월의 대표 노래로 만든 가사 ‘시월의 마지막 밤을…’이라는 가사는 당초에는 ‘9월의 마지막 밤을…’이었다가 발매시기가 한 달 늦어지는 바람에 10월로 바뀌었다는 사연도 함께 전해진다. 어쨌든 잊혀진 계절은 나훈아, 동방신기, 화요비, 국카스텐 등 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리메이크해 불러 4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국민 애창곡으로 남아있다.

지난 주말부터 이례적인 가을 추위로 가을인지 겨울인지 헛갈리는 요즘이라지만, 10월은 가을이 한창 무르익는 시기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갑자기 몰려온 이 짙은 공허함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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