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참가 미군 리빙스턴 소위 유지 받은 부인이 기금 희사
1957년 준공, 1970년 신축 후 '리빙스턴교' 명명

▲ 리빙스턴교 야경
▲ 리빙스턴교 야경

홍천쪽에서 국도 44호선을 타고 인제읍 시내를 지나 속초·양양방면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합강정(合江亭)을 만난다.

이 합강정에서 원통 방면으로 1km여 정도 가다 보면 덕산 교차로가 있고,현 군사경찰(옛 헌병 검문소)건물 앞쪽으로 인북천을 건너는 다리가 2개 놓여 있는데,그 중에 작은 다리 하나의 이름이 생소한 느낌을 준다.

바로 ‘리빙스턴교’.

▲ 리빙스턴교와 풍경
▲ 리빙스턴교와 풍경

그 다리의 많은 아픔과 사랑,그리고 평화의 의미를 담고 있다.6.25전쟁이 한창 치열하게 지속되던 1951년.중공군의 5월 총공세속에 인제지구 전투에 참가한 미 제10군단 소속 리빙스턴 소위는 6월10일 인제 북방 2㎞지점에서 매복해 있던 적군에게 기습을 받아 덕산리까지 밀린다.

그의 부대는 작전상 후퇴를 위해 인북천을 건너려고 할 때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강물이 범람한데다 적군의 총탄세례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부대원이 목숨을 잃었다.리빙스턴 소위도 이 전투에서 중상을 입고 후송돼 치료를 받던중 야전병원에서 세상을 떠난다.그는 임종직전‘강에 다리가 놓여있었다면 많은 부하들이 희생되지 않았을 텐데…’라는 말과 함께 부인에게‘사재를 털어서라도 인북천에 다리를 놓아 달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 리빙스턴교와 풍경
▲ 리빙스턴교와 풍경

그리고,리빙스턴 소위의 미망인은 6.25전쟁이 끝나자 한국을 방문해 남편의 유지를 받들어 다리 건설에 필요한 기금을 희사했고,지난 1957년 12월4일 리빙스턴 다리가 준공된다.인제읍 덕산리~합강리를 잇는 길이 150m 폭 3.6m의 아이빔에 붉은 페인트를 칠한 목재난간으로 세워진 리빙스턴교(일명 빨간다리),리빙스턴 소위의 희생과 자유수호를 기리는 상징물로서 오랜기간 덕산리와 인제읍을 연결하는 교량역할을 해 왔다.

▲ 리빙스턴교와 풍경
▲ 리빙스턴교와 풍경

그러나,목재시설이 노후되면서 위험성도 커지고,다리 폭이 좁아 차량통행 등에 어려움이 많아졌다.그러던중 지난 1970년 12월 육군 207공병단이 당초 리빙스턴교보다 상류지점인 현재 위치에 길이 148m,폭 7m의 콘크리트 새 교량을 가설한 뒤 리빙스턴교라고 명명해 리빙스턴 소위의 정신을 이었다.

▲ 리빙스턴교
▲ 리빙스턴교

리빙스턴 교량의 역사적 가치를 살리고 안보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인제군은 지난 2013년 6월 보수공사에 착수,2015년에 리빙스턴교는 붉은색 상판구조물을 통해 빨간다리의 면모를 되살리고,시가전·진지전을 형상화한 포토존과 전망·휴게시설,파고라 공원 등을 갖춘 새로운 역사의 관광명소로 재탄생됐다.인제지역은 수복지역이라 근현대사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은 가운데 리빙스턴교는 지역의 대표 근대유적으로서 가치를 담고 있다.

참혹한 전쟁 당시를 잊어버린 채 인북천 강물은 지금도 유유히 한강으로 흘러~흘러가고 있다.역사가 담긴 리빙스턴교를 자녀와 함게 걸어보는 것은 어떻까.

진교원 kwchine@kado.net

▲ 리빙스턴교와 풍경
▲ 리빙스턴교와 풍경
▲ 리빙스턴교와 풍경
▲ 리빙스턴교와 풍경
▲ 리빙스턴교와 풍경
▲ 리빙스턴교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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