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의호 태백주재 부국장
▲ 안의호 태백주재 부국장

프랑스 등 유럽 10여개국 장관이 “원자력 발전은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독립적인 에너지원”이라며 “올해 말까지 유럽연합(EU)의 친환경 에너지 분류 목록에 원전을 포함시키자”는 내용의 서한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보낸 사실이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EU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정책’을 목표를 세우고 기존의 화석 에너지원을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하지만 친환경 에너지에는 의외의 돌발 변수가 많은 것이 단점이다.특히 올해는 EU 발전량의 16%를 차지하는 풍력 발전의 경우 바람량이 대폭 줄어 EU권역 에너지 가격이 기존보다 10∼40% 이상 치솟았다고 한다.이런 상황에서 각국 장관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원전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다.하지만 현 세대의 편의를 위해 수만년의 관리 책임과 위험을 후손에게 전가하는 원전의 속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유럽장관들의 결정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견강부회는 조심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탈화석에너지·탈원전을 목표로 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사철 푸른빛을 자랑하던 마을 인근의 야산이 생경스럽게 벌채돼 맨살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라든가 고랭지 채소와 다채로운 밭작물을 길렀던 농경지가 검은색의 태양광 패널로 뒤덮인 모습은 이젠 전국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바람을 안고 무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풍력발전기의 모습도 태양광처럼 흔하지는 않지만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백두대간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태백의 경우 풍력발전기는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하는 본래의 역할뿐 아니라 매년 수 만명의 방문객을 유인하는 관광자원으로도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행정의 발빠른 에너지 전환정책 덕분에 태백은 올 상반기 지역에서 풍력발전기 등으로 생산한 전력생산량이 지역내 전력사용량보다 110% 정도 웃돌아 시에서는 국내 최초 친환경 에너지자립도시 인증을 추진키로 하는 등 반색했다.

하지만 급히 추진하는 정책에는 항상 부작용이 따른다.국회에서는 올해 4/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정부의 준비되지 않은 탈원전 정책 탓이라며 대정부 공세에 나설 태세이다.또한 최근 10년 이내에 전국 산하를 점령한 태양광 시설의 경우 발전효율이 떨어진다는 자체 결함뿐 아니라 태풍과 장마 등 자연재해에 취약한 모습이 속속 드러나며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풍력발전도 마찬가지여서 백두대간의 주요 능선을 가로지르며 길게 늘어선 풍력발전기가 영동·영서의 야생동물의 경계를 가르는 생태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신재생에너지사업이 야기하고 있는 주민과 행정,건설업자 간의 갈등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급경사지나 마을 인근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환경 변화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다보니 이득을 보는 주민과 손해를 보는 주민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같은 집안 사람마저 발전사업 때문에 몇년째 얼굴을 안 보고 산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일부 개발업자는 공사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요지에 발전소를 지으려고 의도적으로 주민간 편가르기를 시도하기도 한다.행정은 정부 정책에 맞춰 가능하면 발전소가 건설될 수 있도록 합법적인 범위에서 개발업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다보니 주민들로부터는 공공연하게 오해와 비난을 받고 있다.시쳇말로 ‘웃픈 현실’이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이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하는 당연지사가 됐다.어차피 가야하는 길이라면 덜 싸우고 덜 아프게 찬찬히 순리적으로 함께 웃으며 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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