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사진예술회 원주서 작품전
춘천·원주·강릉·태백 사진가 9명
DMZ 주제로 분단의 정체성 시각화

강원도의 문화와 시대성을 사진에 담는 활동을 하고 있는 강원사진예술회가 DMZ를 주제로 한 작품을 원주에서 선보이고 있다.

‘WOORI-HANA’를 타이틀로 한 강원사진예술회의 전시회가 27일까지 원주 치악예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 걸린 작품들은 전쟁의 위협과 통일의 희망이라는 두 가지 감정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강원도의 정서를 소재로 한다.한반도의 허리가 잘린 현실을 조명하는 한편 쉽게 감상할 수 없는 북녘의 모습을 통해 분단의 정체성을 시각화한다.

전시회에는 춘천,원주,강릉,태백 등에서 활동하는 사진가 9명이 함께 했다.김병호·김영석·김전기·박노철·심상만·원정상·이진수·임운상·전제훈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 심상만 작가의 ‘우리하나’
▲ 심상만 작가의 ‘우리하나’


심상만 작가는 2005년 북한 장전항에서 촬영한 사진을 내놨다.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얼굴이 잘려있는 목 아래의 모습만 촬영된 파격적인 모습이다.남북이 모인 축제의 현장에서 하나임을 노래하며 흥겨워했지만 실제로는 하나가 아니었음을 강조하는 작품이다.‘우리 하나’를 외쳤지만 이름으로만 불렸던 상징적 언어였음을 비판한다.

김병호 작가는 남북 대립의 역사를 색으로 단순화해 표현한다.각각 빨간색과 파란색을 중심으로 한 ‘어딘가에 존재하는 나의 붉음에 관하여’와 ‘어딘가에 존재하는 나의 푸름에 관하여’는 흰색에 가까운 연한 빛에서 검정색에 가까운 색으로 향한다.이념 갈등은 결국 권력을 위한 대립의 정서였음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 이진수 작가의 ‘이데올로기의 파편들’
▲ 이진수 작가의 ‘이데올로기의 파편들’


경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들도 많다.김전기 작가는 아름다운 강원도 동해바다의 경관 뒤에 감춰진 경계에 대해 이야기한다.김 작가는 동해바다에서 분단 이데올로기를 봤다.군 초소와 철책 등 각종 군사시설물의 잔해나 흔적,일반인들이 알아볼 수 없는 군사 경계용 장치 등을 통해 동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 박노철 작가의‘북에서 바라본 남’
▲ 박노철 작가의‘북에서 바라본 남’


원정상 작가는 접경지역의 대전차 방호벽의 풍경을 렌즈에 담아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임을 강조하고 박노철 작가는 북쪽에서 바라본 남과 남쪽에서 바라본 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전제훈 작가는 고성 등 동해안 일대 감시초소에 방치되거나 철거된 철조망을 포착했다.전쟁과 평화의 상징적인 모습으로 근대역사의 이데올로기 흔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영석 강원사진예술회 회장은 “한민족의 일원임을 강조하는 ‘우리’나 ‘하나’와 같은 단어들은 분단의 이념과 정세 속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상징”이라면서 “이번 전시는 현실의 모습과 재현할 수 없는 이념 등을 사진적 행위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작품들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한승미 singme@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