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은 크게 성별에 따른 주 음역대에 고저, 강약, 청탁 등에 개인차가 있다. 음성 분석은 예술, 공학, 의학, 정치학 등에 두루 쓰인다. 상지대와 경희대 한의학 연구자 7명은 여성 200여명 음성을 분석해 사상 체질 판별 연구를 내놓았다. 자궁내막증 치료를 위해 호르몬 제재를 쓸 경우에는 음성 변질을 조심할 것을 강조한 논문도 나왔다. 심지어 클래식 음악계 지휘자로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성공한 여성 지휘자와 정치인 음성을 비교분석했다.

기술 분야에서의 음성 인식 연구는 1952년부터 시작됐다. 특히 여성 목소리에 대한 연구가 집요했는데, 그만큼 상업적 이용 가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에 신기술을 탑재한 음성사서함 서비스가 처음 선보였을 때 ‘휴대전화는 아내와 같다’고 했다. ‘내 손 안에 있다’는 부부 차등의 맥락과 함께 실제 자동 안내 기계음을 모두 여성 목소리로 처리한 탓이었다.

음성인식기술 활용 범위는 인공지능(AI)시대에 훨씬 다방면에서 쓰인다. 실제 사람 목소리보다 인간 음성을 닮은 기계음을 더 자주 접하는 요즘이다. 출근하느라 집 문을 여닫을 때 스마트도어에서 명쾌한 여성이 등장한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에서 지름길을 안내하고 버스에서는 승하차 지점을 상냥한 여성이 안내한다. 보안장치가 있는 회사 출입기기에서는 무사히 출근했음을 고음의 여성이 환영한다. 집에서는 어떤가. 여성은 끊임없이 보조적 단순함에 동원된다.

이 자동음성비서를 실제로 가늠해보면 20대 여성으로 여겨진다. 요즘 기업이 다투어 내놓는 가상인간도 20대 여성이다. 여전히 여성의 성적 이미지로 돈을 버는데 주저함이라곤 없다. 유네스코는 기계음의 여성 목소리가 자칫 여성이 유순하고 다루기 쉬운 존재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성 음성 채택 원인으로 남성 중심 IT 업계 문화를 지목했다. 전국 공공기관 10곳 중 9곳 꼴로 ARS를 여성 목소리로 서비스 하고 있다. 상냥한 여성만 존재하도록 공공에서 부추기고있다. 선진국은 형평성 차원에서 6 대 4 비율이다.

박미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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