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오인 횡성군의원
▲ 백오인 횡성군의원

난생 처음 법정에 섰습니다. 제가 무언가 잘못을 해서 법정에 선 게 아닙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송전탑 건설사업과 관련해 법의 판단을 받기 위해서입니다.지난 3일 오전 10시 30분 광주지방법원 법정에서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 입지선정위원회 의결사항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재판이 열렸습니다. 저는 횡성군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차희수 위원장과 함께 재판을 신청한 신청인 자격으로 판사 앞에 섰습니다.

이번 재판은 횡성군 입지선정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 입지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한 송전탑 추가경과대역에 대해 횡성군과 주민들을 대표해 이의를 제기하고 이를 무효화하기 위해 열리게 된 것입니다.

변호사도 없이 난생 처음 선 법정에서 저는 횡성군의 입장을 주장했습니다. 피신청인인 한전과 입지선정위원회 측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웠습니다. 대리인을 통해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한 한전은 여러 이유를 들어 횡성군의 청구를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횡성군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법의 판단에 앞서 횡성군이 불참한 가운데 결정된 사안이 횡성군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준다면 이는 바로 잡는 것이 상식일 것입니다. 상식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한전은 입지선정위원회를 더 이상 운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전의 답변서를 보면 입지선정위원회 운영 목적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열린 입지선정에 있다고 했습니다. 예상 경과지에 포함된 횡성군의 의견을 무시하면서 입지 선정 절차를 진행하는 상황이 과연 입지선정위원회의 운영 목적에 부합한지 한전에 묻고 싶습니다. 열린 입지선정이 되지 않는다면 입지선정위원회는 더 이상 운영의 의미가 없습니다.

또한 입지선정위원회가 법적 근거가 없고 한전 내규에 근거해 구성, 운영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전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입지선정위를 구성했다는 건데 이로 인해 한전은 뒤로 빠진 채 입지선정위를 앞세워 지역 간, 주민 간 갈등만 초래하고 있습니다.지역과 주민들이 누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얼굴을 붉히고 있는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한전이 나서야할 일에 주민들이 나서서 대리전을 펼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한전은 입지선정위의 경과지 결정을 존중할 예정이라고 하면서도 향후 한전 자체 입지확정위와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수립단계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경과지가 변경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얼마든지 변경될 여지가 있는 경과지를 놓고 왜 지역 주민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전이 ‘손 안대고 코 풀겠다’는 심산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소송도 입지선정위는 임의기구이기 때문에 한전이 산업부장관에게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을 승인받으면 그때 하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 한전은 입지선정위 진행과정에서 문제가 있어도 법적인 판단을 받을 수 없다고 자백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전은 더 이상 지역 간, 주민 간 갈등을 초래하지 말고 입지선정위원회를 해체한 후 직접 나서서 경과지를 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더 이상 주민 의견을 모아 경과지를 결정하겠다는 허울 좋은 명분만 앞세우지 말고 직접 나서서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할 것입니다. 한전은 자신들이 답변서에 적은 입지선정위원회의 운영 목적을 다시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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