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긴 그림자

기억의 끝에 머물러

가을 이야기를 읽고

누런 벼로 가득찬

논이 주던 편안함

꽃도 꿈을 꾸며

빨갛게 시집으로 꽃물 든다

전철이 바람 속을 뚫고

경적을 울리며 나를

아프게 하고 떠나간다

오늘 내가 너를 껴안았으니

앞으로의 날들을 참고 견딜 수 있을 거야

가끔 공기가 새고

바람이 들락대는 가슴에도

부처처럼 떠다니는

아슬아슬한 사랑을 이어가는 오늘

힘들어도 함께 가야할 까닭이 있기에

희망의 문을 열고

너의 시간 안에 산다

사람들의 하루가 저무는 시간

가을이 몸 밖으로 흘러나온다

내 숨결도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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