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세중 미 워싱턴 총영사
▲ 권세중 미 워싱턴 총영사

바이든 정부 출범 첫 해에 치러진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 결과가 나왔다. 공화당 후보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특히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는 공화당 글렌 영킨 후보가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테리 맥컬리프 후보를 누르고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결과가 갖는 파장은 자못 크다 할 수 있다. 버지니아주는 원래 공화당이 강세인 지역이었으나 2008년 대선을 계기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연속적으로 지지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10% 우위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돌리기도 했다. 맥컬리프 후보는 이러한 정치적 토양을 발판으로 2013년에 이어 금년에 재선을 노렸으나 민심 확보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번 선거 구도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결이라는 외피 속에 바이든 대 트럼프의 대리전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금년 하반기 들어 아프간 철군, 코로나 사태 장기화, 고용 둔화와 인플레이션 등 여러 악재로 인해 지지율이 급락한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상이라는 악몽을 이번 선거를 통해 떨쳐내야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서는 민주당의 텃밭에 공화당의 깃발을 꽂아 재선의 문을 여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 감소에 따른 우려로 흔들리는 민주당 지지층을 붙들기 위해 오바마 전 대통령,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등을 구원 등판시켰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현장에 가기 보다는 전화 유세를 통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영킨 후보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영킨 후보는 물론 맥컬리프 후보 역시 전직과 현직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선거 유세를 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은 교육과 경제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교육문제는 인종이슈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비판적 인종이론(critical race theory)’이 그것이다. 이 이론은 미국 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인종차별은 복잡한 사회적 제도적 상호작용의 결과로서 단기간의 정책이나 조치보다는 장기적인 교육 등을 통해 인종간 정의를 추구해 나가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비판적 인종이론을 둘러싼 학부모간 및 학교에서의 논쟁은 뜨겁게 전개되고 있으며 교과과정 도입을 둘러싸고 이를 찬성하는 맥컬리프 후보와 반대하는 영킨 후보가 치열하게 맞붙었다.

둘째는 경제 이슈로서 크게는 바이든 정부가 추구하는 인프라법안 등 경기부양책에서 주의 경제상황, 각종 세금 부과 문제에 이르기까지 양측은 입장을 달리 하고 있다. 코로나 19 방역을 위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총기 규제, 낙태 문제 등 여러 쟁점이 부각되었으나 교육과 경제이슈에 비해 그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영킨 후보 승리를 견인한 세력은 저학력 백인층이다. 320여만명의 투표자 중 백인은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고학력 백인층은 맥컬리프 후보를 지지했으나 저학력 백인층의 견고한 지지세에 더해 교외 지역의 무당파 부동층 표심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면서 영킨 후보가 승기를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와 함께 부지사, 법무장관, 하원의원 선거도 같이 거행되었는데 100개 의석이 걸린 주 하원의원 선거에는 세 명의 한인 출신 후보도 출마했다. 마크 김 하원의원은 7선에 도전해 성공했고, 아이린 신 민주당 후보는 처음으로 주의사당에 입성하게 됐다. 그러나 해롤드 변 공화당 후보는 아깝게도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받아든 바이든 대통령의 심중은 착잡할 것이다. 취임 첫 해를 보내는 시기에 실적 부진에 대한 경고를 넘어 레임덕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의회 내 계류중인 물적 인프라 및 사회복지 법안 통과를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절박한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현안에 발목 잡힌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관계, 기후변화, 중동 이슈 등에 가려 한반도 이슈에 대한 관심이 더욱 저하될까 우려된다. 정국 운영의 중요한 시험대에 처한 바이든 대통령의 위기 돌파 능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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