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음력으로 10월 18일 소설(小雪)이다. 24절기 중 열아홉번째 절기인 입동부터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까지를 겨울로 여긴다. 농사를 주업으로 삼은 과거엔 겨울을 생명 활동이 멈추거나 소멸하는 것으로 생각해 겨울엔 생명에 아무 탈 없도록 잘 나는 것이 관건이었다.

소설은 눈이 내릴 정도로 추위가 시작되므로 이미 입동을 전후해 준비해온 겨울 채비를 바짝 서둘렀다. 김장은 가능한 소설 전까지 담갔으며 12월 7일 대설이 오기 전까지 보름 동안 무말랭이와 박고지 등을 갈무리하며 월동 준비 잔일로 분주했다. 음력 10월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에는 솜바지로 바뀐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소설은 갑작스럽게 추워지는 계절의 변곡점이었다.

바람도 심하게 불어서 소설의 매서운 바람과 추위를 ‘손돌바람’ ‘손돌추위’라 했다. 소설엔 날씨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느니,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느니 하는 옛말은 소설 절기의 체감 온도가 한겨울 못지않았음을 알려준다. 그래도 혹한에 든 것은 아니어서 낮에는 따뜻한 햇볕이 비치기에 소설을 소춘(小春)이라 불렀다.

지난 40년간(1979~2018) 기상 자료를 바탕으로 남북한의 절기별 평균기온 변화를 분석한 연구논문을 박선엽·이수경 지리학자가 재작년에 썼다. 남북한 모두 최고기온이 관측된 절기는 ‘입추’이고, 기후온난화 영향으로 절기별 평균기온은 대개 상승했는데 오히려 일부는 온도가 내려간 것으로 분석됐다. 남한은 우수 춘분 청명 소서 소설 대설 6개 절기, 북한은 청명 소설 대설에서 온도가 내려갔다. 남북한 공통으로 평균기온이 크게 내려간 절기는 소설(영하 1.08도)과 대설(영하 2.53도)로 같은 경향이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최신 기후변화 예측모델을 적용한 전망에서 국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전 지구 평균농도보다 높고,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임을 심각하게 주시했다. 경제를 좌우지하는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효율적인 탄소흡수원이자 생물다양성 토대인 글로벌 산림협력에 국경을 맞댄 북한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 한반도 기후생태계는 매우 비정치적이다.

박미현 논설실장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