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미움의 단어보다는
가난한 사람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일으켜주는
정치와 정치인이 주목받아야

▲ 최승룡 강원도교육연수원장
▲ 최승룡 강원도교육연수원장

가을인가 싶더니 성큼 겨울이 다가왔다. 겨울을 좋아하는 분도 있을 거고 겨울을 싫어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겨울을 싫어하는 분들은 아마도 추운 날씨 때문일 듯하다.겨울을 잘 보내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따뜻하게 보내면 된다. 따뜻한 곳을 찾아가거나, 갈 수 없다면 내가 있는 곳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

퇴직한 선배 한분은 몇해 전부터 날씨가 추워지면 딸이 사는 동남아시아로 ‘피신’했다가 봄이 되면 돌아온다. 젊을 때는 눈과 얼음이 좋았는데 나이 먹으니 추위를 이겨내기가 점점 힘들다며, 코로나19로 지난해에 딸네 집에 가지 못했는데 올해도 그럴 것 같다며 겨울 오기 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다고 한다.

따뜻한 곳으로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을 따뜻하게 만들고, 집안을 따뜻하게 만들고, 집과 일하는 곳을 오가는 차 안을 따뜻하게, 그리고 따뜻한 사람 만나기.

집과 일하는 곳, 차 안이 따뜻해도 사람 사이에서 따뜻한 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직장 분위기가 싸늘하다면 출근하는 직장인의 마음이, 집안 분위기가 냉랭하다면 하교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 마음이 따뜻해 질 수 있을까.

일하는 곳이 따뜻하려면 그럴 수 있는 지위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먼저 애써야 한다. 그런데 그 사람이 하지 않으면, 그다음 사람이라도, 그 사람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어쩌면 나부터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도. 내가 따뜻한 사람이 된다면 다른 사람도 따뜻해질 수 있고, 그 따뜻함을 내가 느끼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늘 찬바람을 맞을 수밖에 없는 거리에서 일하는 분들도 따뜻한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거다.

신영복 선생님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일상 속 사람들은 겨울보다 여름이 지내기 좋겠지만, 징역 사는 사람들은 겨울이 여름보다 좋다고 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감옥 안 좁은 잠자리가 여름철에는 옆 사람을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하기 때문이란다.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이라고 했다 . 징역살이의 여름은 옆에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미워하게 되고, 겨울은 옆에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고마움을 느낀단다.

하루하루 기온은 떨어지고, 서민의 삶은 사면 콘크리트 속에 갇혀있듯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내년 초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혐오와 미움의 서늘한 단어들이 공기 중에 훌뿌려지면서 몸과 마음을 더 차갑고 움츠리게 한다.

이럴수록 일하는 곳을 따뜻하게 만들려는 마음, 가정을 포근하게 만들려는 마음, 서민들의 삶이 좀 더 평온해지도록 애써야 하지 않을까. 따뜻한 직장 동료, 포근한 부모와 보호자가 되려고 애써야 하고, 혐오와 미움의 단어보다는 가난한 사람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일으켜주는 정치와 정치인이 주목받아야 한다.

겨울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내 따뜻함을 옆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을, 옆 사람의 따뜻함을 내가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계절이다. 따뜻함을 많이 나누는 겨울을 만드는 것, 함께 어우르는 교육과 사회를 일구어 가는 것, 희망과 공공의 언어가 우리 삶에 올곧게 자리 잡는 정치를 만들어 가는 것.우리의 몫이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101가지 방법’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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