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이화여대 내 본인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도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이화여대 내 본인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도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생명다양성재단 대표)의 말에는 막힘이 없었다.최 교수는 ‘생태 백신’을 비롯해 코로나19 시대 모두가 돌아볼만한 통찰력 있는 시각을 대중에게 전하고 있는 국내 최고의 생태학자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함께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도 활동중인 최 교수를 지난 20일 단풍이 짙게 물든 이화여대 캠퍼스의 연구실에서 만났다.‘통섭’의 개념을 제시한 것으로 잘 알려진 그는 ‘업노멀(up-normal)’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들어 “과거로 돌아가는 일상 ‘회복’이 아닌 ‘복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향 강릉을 중심으로 강원도 백두대간의 생태자원이 미래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폐교 위기의 강릉 운산분교에서 생명다양성 교실을 열어 학교 부활의 기적을 도운 그는 “코로나19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시도해 볼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며 한국 교육제도의 상상력 부재를 아쉬워하기도 했다.

◇대담=송정록 강원도민일보 편집국장·정리=김여진 문화팀장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이화여대 내 본인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도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이화여대 내 본인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도겸

-고향이 강릉이시다.

=“애정이 아주 많다.저는 어려서 (강릉을) 떠났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다 보니 방학이란 방학은 고3 빼고는 모두 가 있었다.1년에 석 달 반 정도 가 있었던 셈이다.강릉에 가면 기차역에 내리자 마자 강릉말씨를,서울에 오면 서울말로 바로 바꾸곤 했다.그만큼 적응력이 좋았다.1년에 3분의 1 가까이의 시간을 늘 보냈다.어렸을 때 서울에 사는 것은 재미없었다.서울에는 잠시 와있고 방학을 보내는 강릉이 제 삶의 중심이라는 생각이었다.서울에 있을 때면 ‘나는 왜 여기 와 있지’하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일과의 상당부분을 시골집 생각하느라 멍 때리고 앉아있을 때도 많았다.강릉이 진짜 삶이라는 생각으로 살았다.그만큼 마음 속 애정은 아주 큰데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춘천과 강릉에서 열리는 행사 참석 정도 빼고는 지역과 함께 할 기회가 적었는데 최근 강릉 운산분교에 생명다양성교실이 생기면서 오가게 됐다.”

-밖에서 강원도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

=“자꾸 강원도도 개발에 휩쓸려서 같이 가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여러 차례 초대해서 제주에 갈 때마다 ‘대한민국에서 강원도와 제주도만큼은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데 왜 똑같은 방향으로 가려고 하느냐’는 말을 많이 했다.자연을 재원으로 많이 가진 지역이 훨씬 각광받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인도네시아가 국력은 세지 않은 국가이지만 어느 나라도 무시하지 못한다.그 나라가 보유한 엄청난 생물다양성 덕이다.인도네시아 대통령도 당당히 G20에 초대받는 것을 생각해 보자.조금만 미래지향적으로 생각을 바꿔 보면 강원도가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지켜내느냐가 중요하다.”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이화여대 내 본인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도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이화여대 내 본인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도겸

-구체적인 정책 제안이나 기획들도 하신 것으로 안다.

=“강릉에 수목원이 있는 줄 모르고 있었는데 ‘솔향수목원’이 있다는 것을 듣고 가 보고서는 뜻밖에 굉장히 좋은 인상을 받았다.아주 짭짤한 수목원이다.있을 것이 다 있다.강릉의 기후는 독특하다.어렸을 적에도 집에 감나무가 자라고 뒤뜰은 대나무숲이었다.남부에서 자랄만한 식물들이 영서지역에서는 잘 못 크는데 태백산맥을 끼고 있는 영동지역과 바다 사이로는 상당히 북쪽까지 올라가서 크고 있다.이것이 매우 유리한 점이란 것을 알게 됐다.한반도에 있는 웬만한 식물들을 솔향수목원에서는 키울 수 있는 것이다.국립생태원을 운영해본 경험도 있고 해서 활성화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는 분들을 직접 초대해서 연구도 해 보고,여러 기획도 생각해 봤다.잘 만들면 대한민국에서 제일 멋있는 수목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기회가 있다면 잘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강릉에는 1조원이 들어가는 안인화전이 지어지고 있다.

=“바다까지 망가지고 있어 안타깝다.평창동계올림픽을 할 때도 가리왕산 훼손은 절대 안된다고 강하게 얘기했었다.몇 주의 이벤트 때문에 몇 백 년의 숲을 망가뜨린다는 것이 말이 되나.산 아래 구조물을 만들어서 할 방법이 없겠냐고 물으며 저 나무는 건들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유치 자체는 칭찬해드리고 싶지만 그렇게까지 자연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했어야 했을까.개최 방식은 용서하기 어렵다.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대해 최근 산림청이 이상한 계산을 했다.우리는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이지 ‘산림관리’에 성공한 나라가 아니다.박정희 정권 때 나무를 많이 심어서 키는 컸지만 아직 다 자라지는 않았다.그런데 산림청은 키가 멈추면 이산화탄소 흡수가 적다는 이유로 나무들을 잘라내고 다시 심는 계획을 내놨다.나무 수령 30∼40년이면 겨우 초등학생에 해당한다.초등학생을 잘라내고 갓난쟁이를 심겠다는 것이다.하지만 이와 반대로 나무들을 솎아서 옆으로 크게 해 줘야 훨씬 많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특히 강릉시,솔향수목원,인근 대관령까지 연계해서 전체적으로 관리하면 산에서 나오는 바이오매스로 굉장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외국에서는 이미 하고 있는 일인데 우리는 아직 시작도 못 해보고 있다.관리를 안 하다 보니 태풍 루사 때 벌목해 놓은 나무들이 밀려오기도 하지 않았나.나무들을 잘 관리하면 좋은 에너지 소스가 된다.강릉 주변의 숲을 잘 관리하면 강릉시 전체가 산에서 나오는 바이오매스로 충분히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계산까지 해 본 적도 있다.이러한 사업들을 대한민국 최초로 강릉이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이화여대 내 본인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도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이화여대 내 본인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도겸

-위드코로나 시대 패러다임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생태백신’이라는 표현도 쓰셨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대응을 참 잘 해왔지만 지나치게 방역의 관점에서만 정책을 해 온 감이 있다.물론 확산을 걱정하며 대응해야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숫자에 묶여있다는 생각이다.우리는 지금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는 셈이다.이후 맞이하는 새로운 일상이 만약 옛날 하던대로 적당히 되돌아가는 정도라면 억울하지 않은가.새로 만들어가는 일상은 훨씬 좋은 일상이었으면 좋겠다.요즘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그렇다면 ‘올드 노멀(Old Normal)’도 있었다는 이야기인가.‘올드노멀’이 코로나 이전 얘기였고 그것이 만약 정상이었다면 우리가 이런 꼴을 당하지 않았어야 한다.자연을 훼손하고 너무 방만하게 살다가 이렇게 된 것임을 떠올려야 한다.그래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게 됐다.제가 처음 쓴 말 같은데 ‘up-normal(업노멀)’이라는 단어다.‘뉴노멀’이라는 말을 쓰며 은근히 예전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은 ‘뉴앱노말(New Abnormal)’일 뿐이다.강원도야말로 새로운 시대에 추구해야 할 가치,대한민국에서 앞장서서 이 이슈를 끌고 갈 수 있는 지자체가 돼야 한다.다른 곳은 못하더라도 강원도는 훌륭한 자연경관을 보존하면서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사는 미래를 보여주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생태백신’은 ‘이제 마스크 벗고 살게 됐습니다’가 아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이화여대 내 본인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도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이화여대 내 본인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도겸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계신다.

=“앞으로 만들어갈 일상은 훨씬 개선된,향상된 일상이었으면 한다는 관점에서 수락했다.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김부겸 국무총리와 공동위원장인데 4개 분과에 각 장관들이 있다.소상공인과 관광협회 대표 등 한 쪽에서는 (코로나 규제를) 풀자고,의료계 등 다른 한 쪽은 안된다고 우려한다.위원회는 의견 절충을 위해 있는 곳이므로 대처방안을 갖고 만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서로의 의견에서 한 발짝도 더 물러날 생각이 없다면 절충이 불가능하다.위험부담을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가야하는 상황에 있다.‘생태백신’을 일찌감치 얘기했기 때문에 맡게 된 것 같은데 수락 이유 중 하나는 임기가 1년이기 때문이다.사태가 괜찮아진다고 해도 위원회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내년 새 정부가 들어와도 저를 포함한 민간위원이 더 많아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코로나는 우리 교육정책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강릉 운산분교가 대표적 사례다.

=“운산분교는 학생이 60명 이하라서 휴교없이 수업이 가능했다.학생 수가 줄어들면 학교를 없애는 방향이 교육부 정책인데 이것은 거꾸로 가는 것이다.오히려 큰 학교를 쪼개서 60명 미만 학교를 많이 만드는 것이 훨씬 좋은 일 아닌가.전쟁 나서 포탄 떨어질때도 학교에 다녔는데 바이러스 때문에 못 간다는 것은 너무 억울한 일이다.나라면 대한민국 모든 학교를 잔뜩 쪼개서 전교생 60명의 학교를 만들겠다.어차피 교육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나라인데 학교를 늘려 교사가 많아지면 일자리 창출도 되고 훨씬 좋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다.최근에도 수능을 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이들 전체를 1등부터 꼴찌까지 일렬로 세우는 짓을 하고 있다.어떤 사람은 제기를 잘 차고 누구는 춤을 잘 추고 또 다른 학생은 수학을 잘 푼다.코로나 사태 기간 그런 적성들을 살릴 수 있었다.얼마나 기가 막히게 좋은 기회였나.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대신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서로 다른 것을 배울 수 있으며,학교에서 만나면 각자 배웠던 것을 조율할 수 있었다.그리고 나서 학교에서 만나면 ‘너는 그런 것을 배웠구나’하는 대화도 할 수 있는 것이다.그런데 이 와중에도 정부는 악착같이 어떻게 하면 똑같은 것을 효과적으로 잘 가르칠지,학생들이 같은 시간에 접속해서 잘 받아 적게 할지만 고민하더라.상상력이 너무 부족하다.왜 이렇게 좋은 기회를 날려보내나 하는 생각을 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이화여대 내 본인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도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이화여대 내 본인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도겸

-대학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인가.

=“마찬가지다.제가 늘 주장했던 것이 대학에 처음 입학하면 첫 1년은 학생들을 밖으로 무조건 내쫓자는 것이었다.우리 고등학생들은 아무런 사회경험이 없다.그런 학생들을 사회에 불러들이고,다양한 혜안도 없는 상황에서 전공이라는 것을 공부한다.선생님이나 부모가 하라고 해서 다시 공부하고 사회에 나가야 하는 구조다.그러지 말고 1년 동안 무슨 짓이든 해 보라고 얘기하고 싶다.그 경험을 책으로 쓰든 영화로 만들든 결과로 제출하면 그것으로 학점을 주자는 아이디어다.서울시내 대학 총장님들을 만나서 여러 번 얘기했던 구상이다.다들 ‘말이나 되냐’는 반응들을 하시지만 실제로 미국의 많은 대학은 휴학을 매우 권장한다.하버드 학생들 중에 한 학기 휴학하고 제일 많이 도전하는 것이 원양어선 타는 것이다.다녀오면 학생이 달라져 있다.체격도 얘기하는 것과 생각도 굉장히 많이 달라진다.그런 학생이 언젠가 사회를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것이다.세상물정 아무것도 모르고 수학문제를 풀고 학점관리만 열심히 하고 있다.대학에 오면 무조건 세상 경험하고 오라고,마음대로 공부해 보라고 얘기하고 학교는 가이드라인만 잘 주면 된다.이것을 해 볼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가 최근 2년이었다.”

-가장 반생태적인 일 중의 하나가 수도권 집중이다.저희도 가장 주목한 것이 이번 정부 들어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50%를 넘은 것이었다.상징적 사건이다.

=“그렇다.수도권 인구가 절반을 넘어섰다는 것은 이제 우리 사회가 완벽하게 다른 길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되돌리기 힘든 길로 가는 것이다.이제 모든 정책은 수도권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수도권에 모든 표가 있는데 어떤 바보 같은 정치인이 지역을 위한 정책을 펴겠는가.지난 2년동안 대한민국 신문기사 제목으로 가장 기가 막힌 것이 ‘벚꽃피는 순서대로 문닫는다’ 였다.천안 아래 대학 중 정원을 채운 곳이 한 곳도 없다.지방 대학이 무너지면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걱정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이화여대 내 본인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도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이화여대 내 본인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도겸

-대안이 있겠는가.

=“제가 16년 전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는 책을 썼을 때부터 제안한 것이 있다.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니 지방대학은 10대 후반이나 20대를 가르칠 생각을 접고 빨리 어른들을 가르치는 대학으로 전환하라는 것이었다.어차피 우리 인생은 점점길어진다.피터 드러커 교수가 ‘지식의 반감기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를 했 다.이제는 20대 초반에 배운 것을 60대에 써먹겠다는 생각을 하면 오산이다.빨리 배워서 써먹고,또 다시 배워서 쓰고 해야 한다.그래서 ‘마이크로 크레딧’ 같은 개념도 나온다.한번 배운 것으로 끝까지 우려먹는 기존의 교육제도는 이제 안된다.직업을 7∼8번 갈아타려면 대학을 7∼8번 가야한다는 주장도 했다.40대 중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일찌감치 개발하라고 조언했는데 한 곳도 안하다가 이제 시작하는 추세다.16년 전 책을 보고 강연을 부탁하는 연락이 최근에도 온다.미리 준비했다면 살아남을 대학들이 있었다고 본다.그런데 지금은 국립대들도 정원을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양적 집중을 넘어 질적 집중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말씀이신가.

=“그렇다.지금은 표가 반 이상 수도권에 있는데 지방가서 얼쩡거린다면 바보짓 아니겠는가.모든 정치인들의 활동도 수도권에 집중될 것이므로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수도권 집중이 50%를 넘어서는 순간 모든 것이 확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코로나 이후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는 부분이 직업과 노동형태의 변화다.‘워케이션’을 비롯해 새로운 삶의 형태들이 만들어지고 있다.이를 통해 ‘분산의 가능성’이 조금 넓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여기에 맞춰서 여러 시도들도 이뤄지고 있다.

=“미래가 그런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측하고 선진국들도 그런 트렌드 속에 있다.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 되는 가운데에서도 많은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크게 줄이지 않고 있다.코로나 때문에 시작한 트렌드가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시작됐던 트렌드가 코로나로 인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이런 형태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도 유리하다.특히 이것이 중간관리층을 없앨 수 있는 기가 막힌 빌미가 됐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대단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직감할 수 있었다.이메일 하나로 업무를 다 끝낼 수 있다.아까도 얘기했듯이 우리나라는 코로나 사태를 빠져나오면서 다시 옛날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보나마나 우리는 실수를 좀 할 것이고 그러면서 조금 더 늦게 그길을 가게될 것으로 본다.”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이화여대 내 본인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도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이화여대 내 본인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도겸

-강원도도 휴양이나 산림의 요소들을 강화하고 인터넷망 등 기간시설을 확충해서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시도들이다.효과가 있을까.

=“앞으로 세컨드 홈(second home)이 많아질 것이다.지금은 부동산을 조여야 하니까 집을 한 채씩만 가져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여유가 있다면 평소 사는 집과 떨어져서 쉴 수 있는 집 2채 정도 갖는 것은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코로나를 겪으면서 많은 분들이 도시에서 벗어나 머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커졌다.마당 있는 주택에서 살고 있는데 마스크 없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 좋았다.우리나라 많은 분들 사이에서 자연에 대한 열망이 커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강원도가 생각하는 것은 시간이 걸릴 지 모르지만 가능성이 있다.”

-저개발 지역 내 도시의 매력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도 애매하다.스타트업 기업을 키워도 지나치게 작거나 비슷하거나 둘 중 하나다.아이디어가 유니크해도 규모가 작아서 자리잡는데 한계가 있다.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지역사회의 고민이 훨씬 더 커졌다.무엇을 가지고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할까.

=“산업 유치하고 공장 짓는 똑같은 시도를 꼭 해야 하겠나.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를 유치해야 한다면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예를 들어 강릉의 올림픽 빙상경기장 활용 방안을 놓고 지역의 고민이 많았는데 저는 냉난방시설이 다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국립생태원 분원을 떠올렸다.열대식물을 충분히 기를 수 있어서다.리모델링 보다는 차라리 새로 짓는 것이 비용이 덜 든다고 해서 이야기는 들어갔지만 이 아이디어가 솔향수목원까지 알게된 계기가 됐다.

국립생태원 분원을 짓는다면 비수도권이 좋을 것이다.”

-실제로 초대 국립생태원 원장으로서 일하셨다.

=“충남 서천에 있는데 처음 부임할 때 처음에는 역할을 모르고 갔다.노무현 정부가 갯벌을 건드리지 않는 대신 만든 곳인데 주민들은 반대했다고 한다.돈이 안 될 것이라는 이유였다.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환경을 살리는 길을 가 보라며 지은 곳이다.첫 부임 후 세계적인 생태학연구소를 만들어 드리겠다고 했더니 주민 분들 표정은 못마땅해 보였다.이후 굉장한 변신을 했다.생태학 연구는 10∼20년 해야 보일까 말까한 분야다.임기 3년간 보여줘서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다.그래서 전시에 올인했다.구경거리가 있어야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었다.3년여간 전시만 30개를 기획했다.입소문을 내고 재방문률을 높여야 성공하는 일이었다.대한민국의 관람문화는 독특하다.무엇을 봤다는 것 보다 어디를 다녀왔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하지만 ‘개미 특별전 보셨어요?’라고 물으면 ‘못봤는데 또 가봐야 겠네’하는 생각이 들도록 계속 새로운 것을 꺼내 다시 오게 만드는 전략을 썼다.”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이화여대 내 본인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도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이화여대 내 본인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도겸

-결과는 어떠셨나.

=“첫해 30만명 목표를 받았는데 100만명이 왔다.지역 경제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용역조사를 했더니 식당이 250개가 새로 개업했다는 데이터가 나왔다.돈이 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이후 지역에서 사랑도 많이 받았다.공장보다 이런 곳을 만들어야 한다.자연환경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새로운 아이템을 이슈화하고 접하지 못했던 것들을 소개해야 한다.강릉에 국립생태원 분원이 만들어진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다음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자연사박물관도 정부가 추진해 왔다.미국에 사는 15년 내내 자연사박물관에 있었다.귀국할 때 쯤 당시 김영삼 정부가 자연사박물관을 추진한다고 해서 매우 기뻤는데 이후 20여년이 지났다.김대중 정부에서는 박물관 유치경쟁을 붙여서 전국이 난리법석이었다.지역을 살리기 위해 기획해서 장소를 정해야 하는데 공모를 붙이니 결정이 어려웠다.국립생태원 분원이 생기면 그 옆에 자연사박물관 유치도 가능해 진다.이미 연 150만명이 방문하는 강릉 경포에 자연사박물관을 짓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끊임없이 방문이 이어질 것이다.한번 해 보고 싶은 일이어서 계산에 넣어두고 있다.”

-1년 전에 비하면 확실히 생활상이 달라졌다.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며,그 교훈을 체화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어차피 변화하는 방향이었던 IT 기술 발전의 흐름을 질병이 가속화 시켰다는 전문가 평가가 있다.그런데 그렇게 해 놓고 팬데믹 사태가 끝나가니까 왜 또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가려고 한다.요즘 ‘보복여행’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옛날로 돌아가려는 심리가 있는데 그럴 일이 아니다.일상회복위원회 첫 모두발언에서도 얘기했는데 제가 위원회 구성에 처음부터 참여했다면 작명부터 바꿨을 것이다.‘일상회귀위원회’는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회(回)’라는 말을 쓰니 ‘다시 돌아간다’는 의미가 강하게 느껴진다.‘일상복원위원회’ 정도만 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다.‘복원’은 예전과 똑같이 돌아가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자연스러운 원리에 따라서 더 좋은 생태계를 만들어간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일상의 ‘복원’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최재천 
△1954년생.강원 강릉 △이화여대 석좌교수,생명다양성재단 대표,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국립생태원 초대 원장 △경복고·서울대 동물학 학사·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대학원 생태학 석사·미 하버드대 대학원 생물학 박사 △대한민국과학문화상·미국곤충학회 젊은 과학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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