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봉, 태장봉, 태령산과 같이 ‘태(胎)’자가 들어간 지명은 대개 태실에서 유래한다. 태실은 왕실에서 태를 보존하기 위해 만든 석함 봉분이다. 태를 100번 씻은 후 백자항아리에 두었다가 전국 후보지 3곳에서 뽑은 길지로 옮겨 무거운 돌 뚜껑으로 덮는 석함에 넣어 묻고 아기비를 세웠다. 얼핏 보면 묘 같으나 동그랗게 예쁘고 나직한 동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어 유택과는 입지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왕조시대는 신분사회여서 태를 다루는 방식에 차별이 분명했다. 강원지역 민간에서는 태를 태우거나 묻거나 물속에 감추거나 말렸다. 태는 아기와 어머니의 연결성을 뚜렷하게 보여주기에 막 버리지 않았다. 아기 머리맡에 두었다가 사흘째 되는 ‘삼 나가는 날’에 태를 처리하고 이때부터 3주간 주 1회 삼신할머니에게 미역국을 올렸다. 산실 가까운 곳일수록 다음 자녀가 일찍 생긴다는 속설이 있어서 손이 귀한 집에서는 아궁이에 태웠다. 태를 말려 아이 생명이 위태로울 때 약으로 쓰기도 했다. 묻힌 태를 남이 캐가는 것을 가장 우려해 왕겨에 잘 싸서 태운 뒤 묻었다.

의료가 변변치 않았던 시절 한 생명을 향한 기원과 정성은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왕실의 태실 조성은 지역 폐해가 적지않았다. 서울에서 지역으로 옮기고 무거운 석함을 산봉우리까지 끌어올려 봉분을 만들기까지 드는 인력과 물자를 부담했다. 태실 주인공이 왕이 되면 석물 장식을 더해 또 다시 태실을 손질했으니 두 번의 민폐였다.

어떤 생명이든 소멸의 순간이 있다. 요즘 두 죽음의 공간을 놓고 전국민 눈과 귀를 어지럽힌다. 민심을 거스르고 대통령에 오른 두 사람 이야기다. 죽음 앞에서 웬만하면 용서하는 정에 비해 유택을 찾지 못하는 뉴스에 냉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두 고인은 생전에 ‘파주통일동산’과 ‘전방 고지’를 장지로 희망했다고 한다. 경기도와 산림청에 큰 짐을 지게했는데 이번엔 강원도와 국방부에 폐 끼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장이든 가족장이든 장지는 유족 태도가 우선이다. 국민적 역사적 부담을 덜어내는 결자해지를 촉구한다.

박미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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