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캐나다에 있는 ‘부차트 가든(Butchart Gardens)’이 떠올랐다. 50년 간 석회석 채광으로 황폐해진 동해시 무릉계곡 인근 폐광산 부지가 ‘무릉별유천지’라는 이름의 복합체험관광단지로 재탄생 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20여년 전, 캐나다 방문 길에 부차트 가든을 만났을 때 필자는 놀란 눈을 연신 두리번거려야 했다. 그렇게 화려하고 기묘한 꽃 정원이 존재한다는 것이 부러웠고, 그곳이 예전에 석회석을 캐 내던 폐광산이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태평양 연안 밴쿠버 섬에 있는 부차트 가든은 세계적인 꽃 정원이다.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도시로 유명한 밴쿠버 앞바다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계 관광이 이뤄진다. 정원은 부차트 부부의 이름을 땄다. 이곳의 석회석 광산을 소유, 막대한 부(富)를 축적한 부부는 채광 후 황폐해진 폐광산의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1904년부터 복원사업을 추진, 세계적 명소를 만들어 냈다. 쓸모 없어진 땅을 버리지 않고, 벌어들인 돈을 환경과 지역경제 회복에 다시 쏟아 부은 부부의 선택이 경이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동해 ‘무릉별유천지’는 폐광산 부지를 관광단지로 탈바꿈시키는 신개념의 창조적인 재생 복원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부차트 가든과 닮은꼴이다. 아시아 최초로 유럽식 산악관광체험시설인 스카이글라이더를 비롯 오프로드루지 등 액티비티 체험시설과 라벤더 정원, 호수, 전망대 등의 관광시설을 두루 갖추고 1단계 준공을 한 여세를 몰아 2027년까지 2·3단계 공공·민자사업을 추가로 추진한다고 하니 더욱 기대된다.

사실 따지고보면 동해안 남부권 곳곳에 산재해 있는 석회석 폐광산은 ‘아픈 손가락’ 이었다. 근대화 산업발전에 기여한 현장이지만, 대규모 채광으로 인한 환경 훼손 등 후유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흉터를 치유하고, 폐광산 복원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는 차원에서 무릉별유천지의 탄생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변신의 현장이 국민관광지 제1호인 무릉계곡과 한몸처럼 잇닿아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