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레이디는 본래 한 나라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다. 봉건제 시대에 최고 지위를 가진 여성은 왕후였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남성 대통령의 배우자를 퍼스트 레이디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퍼스트 레이디를 ‘영부인’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대통령 부인 이름 뒤에 여사라고 칭하고 있다. 한 때 대통령의 아들과 딸도 각각 ‘영식’ ‘영애’라고 불렀다.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서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박정희 재임시절 ‘영애 박근혜’로 호칭했다.

퍼스트 레이디는 최고 통치자의 동반자다. 스타일에 따라 국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드러내지 않고 내조에만 집중하기도 한다. 미국 영부인기념도서관에는 “영부인들의 역사는 당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상황을 반영하며, 특히 당시 여성들의 삶 그 자체를 반영한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고 한다. 시대상황에 따라 퍼스트 레이디상도 변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이른바 ‘미래의 퍼스트 레이디’ 그러니까 유력 후보자 배우자에 대한 직접적인 공세가 거세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한데 이어 이번에는 연봉인상 특혜를 받았다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도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배우자 김혜경씨의 수행비서직에 5급 공무원을 채용한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맞받고 나섰다.

한편 이재명 후보측은 김혜경씨를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배우자 기획단’설립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들리고, 윤석열 후보측에서도 ‘국민의힘 배우자 포럼’을 출범시킨다고 한다. 양 당은 이를 통해 배우자의 역할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이전 대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후보의 배우자가 선거에 끼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그래서 어쩌면 퍼스트 레이디를 통해 대통령을 선택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이번 대선판이 더욱 혼탁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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