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일 춘천시의원
▲ 한중일 춘천시의원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라는 고사가 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쓰지 말고, 오이밭에서는 신발을 고쳐쓰지 말라는 것’으로 오해 살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최근 강원도청 이전과 관련한 일련의 추진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춘천시가 ‘이하정관(李下整冠)’, ‘과전납리(瓜田納履)’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한 사람의 의견으로 강원도청의 캠프페이지 이전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캠프페이지 내 관공서 입지 불가 원친을 세워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공원 조성 계획을 세운 춘천시가 스스로 불가 원칙을 무너뜨리는 신속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특히나 시민 주권을 내세우는 춘천시 민선 7기가 수 년간 수렴된 시민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은 시민 주권 상실임에 틀림 없고, 이에 분노하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기존 창작종합지원센터 예정 부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공원 조성계획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공원면적은 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공원을 이용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접근성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지금도 도청 앞에는 각종 시위가 끊이질 않고 있는데 차량 통행량 증가와 주차난까지 더해진다면 공원이라고 하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섬처럼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기우(杞憂)라고 치부할지도 모르겠다. 앞선 우려를 차치하더라도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춘천시의 결정이 성급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물론 이번 결정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가 작지 않은 상황이라면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입김이 정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시민 주권 실현의 길은 요원하다. ‘시민이 주인’이라는 춘천시 민선 7기의 슬로건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것이다.

시민이 도청 입지를 결정할 수는 없다. 다만 그 부지가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계획되어 있었다면 적어도 시민의 의견을 먼저 반영했어야 했다. 그리고 그 결정이 타당하고 불가피하다면 춘천시가 먼저 제안했어야 했다. 결국 춘천시는 시민을 꼭두각시로 전락시켰다.

오해를 샀다면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할 것인데 그 해명에는 이해관계자들의 충돌 등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이 수반된다. 그 비용 부담은 다시 시민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하정관(李下整冠)’의 합리적인 해명이 곧 시민 주권의 조건이다.

춘천시 민선 7기의 시민 주권 실현 의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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