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본사 본부장
▲ 원주본사 본부장

2021년 흰 소의 해도 20여일 남짓 남았다.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마음 졸인 한해였다. 언제나 마음 놓고 마스크를 벗을지, 이러다 방독면을 쓰고 다니는 것은 아닌지 갈수록 태산이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역병으로 지구촌이 시름한지도 2년을 넘겼다. 이제는 코로나 한파에 어느 정도 적응(?)돼 가고 있다고 여길 쯤 하루 5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지 한달 만에 오미크론 변이로 서민들의 염장을 지른다. 델타도 모자라 오미크론 변이라는 생소한 말에 머릿속이 어지럽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은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대통령선거를 만났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도 이제 3개월 남았다. 일년 중 가장 좋은 계절인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든 만큼이나 선거를 대하는 여야의 농도도 짙어가고 있다. 언론매체에서 흘러나오는 대장동 이야기로 뒤숭숭하고 국감장에서 난데없이 조폭이 제공한 가짜(?)돈사진이 등장할 뿐만아니라 국감장에 나온 여당 대선후보는 이를 조롱하는 듯한 웃음을 보이는 모습이 낯설다. 또한 여당은 자진사퇴했지만 혼외자가 있는 인사를 선대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야당은 과거 독재 옹호발언을 한 인사를 선대위원장으로 내정했다 보류하는 등 일반인들의 상식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야당은 당대표가 당무를 거부, 도망(?)다니고 노정객을 모시냐 마냐를 놓고 내홍을 겪다 수습된 모양새다. 정치인들은 덕으로 정치를 하겠다고 위정이덕(爲政以德)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지만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그래도 서로 국민을 위한다고 하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봄에 피는 꽃보다 더 붉다는 단풍이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을씨년스러운 겨울 만큼이나 대선을 앞둔 정치 계절이 삭막하다. 가는 세월은 아쉽지만 선거의 계절이 빨리 지나가길 간절히 바란다. 세속의 풍진과 세파는 어찌됐거나 가을은 가고 겨울이 왔다.

세조가 조카 단종의 왕권을 찬탈하자 스스로 머리를 깎고 산사로 떠나 전국을 유랑한 풍운아 생육신 김시습의 시 한수로 코로나로 힘든 마음과 세상의 어지러움을 나름대로 정리한다.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잠시 개었다 비 내리고 내리다 다시 개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하늘의 이치가 이럴진대 세상 인심이야 어떠랴

譽我便是還毁我(예아편시환훼아) 나를 높이다가는 곧 도리어 나를 헐뜯고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명리를 피하다가는 돌이켜 스스로 공명을 구한다.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꽃 피고 지는 것을 봄이 어찌 상관하겠는가,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부쟁) 구름이 오고 구름이 가도 산은 다투지 않는 법.

寄語世人須記認(기어세인수기인)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노니 꼭 새겨두기를,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기쁨을 취한들 평생 즐거움을 누릴 곳은 없다는 것을.

맞다. 500여년 전 김시습은 세상 사람들에게 명예와 부귀의 헛됨을 경계하도록 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갈 것을 노래하고 있다. 김시습의 시가 시공을 초월한 이 시국에 새삼 와닿는 것은 모든 것을 잊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오늘은 정신건강의학 권위자인 이시형 박사의 걷기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유튜브를 들으며 걸었다. 이 박사는 아침에 걷는 것은 뺨을 스쳐가는 신선한 공기와 우주의 기운을 받는 것으로 우주와 하나가 되는 건강 팁이라고 한다. 아침에는 음이온이 넘쳐나 자연에 취하고 걸으면서 집중하면 근심 걱정 부정적인 생각들이 사라진다고 설파한다. 오늘은 이 박사의 강의를 들으며 부질없는 마음을 정리하면서 걸었다. 그래서 내일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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