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열 강릉본사 취재부장
김우열 강릉본사 취재부장

“니 관동별곡(關東八景)이라고 들어봤나, x라(‘매우’라는 뜻의 비속어) 옛날 사람(송강 정철 1536∼1593)이 쓴 건데, 그 사람 말로는 강원도에서 여기가 제일 아름답대, 난 있잖어 여기 앉아가 달이나 보고 술이나 먹고 그렇게 사는게 좋아,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고, 내 아들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고, 여기가 천국이라니.”

영화 ‘강릉’에서 강릉에 사는 조폭 형근(오대환)이 경포호를 바라보며 상대 조직원인 정모(신승환)에게 건넨 말이다.

영화 ‘강릉’을 봤다.

대개 장르와 줄거리, 예매율, 누적 관객수, 평점, 감상평에 따라 영화를 선택하지만, 영화 ‘강릉’은 예외다. 강릉시민인 나에게는 제목 자체가 주는 울림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여행’이다.

‘니 아스라(아슬라, 하슬라-강릉의 옛 지명)가 뭔지 아나, 서해보다 동해가 좋다, 경포는 잘 아느냐, 강릉이 마음에 든다, 아름다운 올림픽도시, 커피는 강릉이지’ 등 주인공과 출연진의 동작·대사 한마디가 잊고 지낸 지난날의 추억과 도시브랜드를 마구 마구 끄집어 낸다.

또 영화 흐름에 맞춰 그들이 갔던 그 길을 훗날 여행객이 될 그들(관객)은 분명 찾아갈 것이다.

바다와 산, 호수, 일출, 해안가 전경 뿐만 아니라 전통가옥, 전통시장, 어시장, 시가지, 월화거리, KTX 강릉역, 병원, 검찰청·법원, 경찰서, 카페 및 술집거리, 포장마차, 음식점, 호텔과 리조트, 주유소, 등 익숙한 강릉의 모습이 대거 스크린에 담겼다.

익숙한 나의 동선도 많아 영화를 보는 내내 반갑고 뿌듯한 마음과 함께 늘 곁에 있는 산과 호수, 바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 영화를 보다가 뜬금없이 전혀 장르가 다른, 오래전 봤던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 주연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이 생각났다.

아마도 두 영화에서 비춰지는 소재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서 일 것이다. 별다방이 미국에서 첫 가게를 연 시애틀도 커피와 함께 산과 바다, 호수가 어우러져 있는 낭만의 도시이다.

영화 ‘강릉’의 형근이 말처럼, 강릉은 가족들과 함께 계속 살고 싶은 곳이다. 많은 말이 필요없다. 살고 싶은 곳, 부러운 곳, 떠나고 싶은 곳 ‘강릉’. 강릉은 이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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