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남수 강원사회조사 연구소장
▲ 천남수 강원사회조사 연구소장

선거판 속설에 ‘승리하면 공신(功臣)이 만명이고, 패배하면 이유가 만가지’란 말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승패의 원인으로 여론조사를 꼽는 경우가 있다. 대세를 따르거나, 동정표를 의미하는 밴드왜건, 언더독 효과가 아니더라도 선거전 과정에서 발표되는 여론조사가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정보가 쏟아지는 인터넷 환경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통령 선거 역시 여론조사에 따라 대세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막강해진 여론조사의 영향력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여론조사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비슷한 시기에 조사된 여론조사임에도 결과가 많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뚜렷하게 설명할 길이 없다. 들쭉날쭉 수치를 보이는 여론조사로 인해 국민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오랫동안 여론조사 관련 일을 했던 사람으로서 여론조사를 두고 아전인수식, 침소봉대하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여론조사가 진짜 민심일까 하는 근본적 의문마저 드는 까닭이다.

여론조사 창시자로 알려진 미국의 갤럽은 그저 많은 조사표본을 중시하던 것을 정확한 표본선정을 통해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높였다. 이는 표본선정과 조사방식이 시대상황에 맞춰 변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정보통신 환경의 변화는 여론조사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예전에는 집 전화 보유자의 경제력에 따른 보수성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집 전화를 조사대상으로 삼을 것인지를 고민할 정도로 변했다. 이미 대부분의 유권자가 가입해 있는 모바일 조사가 일상화된 지 오래다.

조사 매개의 변화에서부터 랜덤(무작위)선정 대상인 모집단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조건부터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이는 여론조사의 숙명이기도 하다. 무선과 유선전화 조사의 차이와 통신사로부터 제공받은 가상번호와 RDD(컴퓨터를 활용한 전화번호 생성방식) 등 표본선정방법의 차이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게 됐다. 무엇보다 같은 전화조사라고 하더라도 면접원과 직접 통화를 통한 조사인지, 자동응답시스템에 의해 버튼을 눌러 응답하는 방식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최근 대선 여론조사의 차이는 예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간과 비용의 문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 조사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민심을 읽는 방식에 대한 것도 결국 ‘돈’이라니. 그러나 오해는 마시라. 이는 조사업계 상황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설문구성 형태나 조사업체의 경향성도 일정한 영향을 줄 수는 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민심동향 분석 방법도 등장했다. 누가 더 많이 거론되느냐, 또 어떤 이슈에 대해 언론이나 사람들의 언급이 많았느냐에 따라 민심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빅데이터상 특정 후보에 대한 거론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지지자들이 지지후보를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여건과 자신감의 반영으로 분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여론조사로 인해 진짜 민심을 헤아리기가 어려운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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