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북부선 착공기념 철도 포럼 ㅡ 비전·과제·강원시민사회 노력

▲ ‘동해북부선 유라시아를 품다’ 철도포럼이 15일 오후 강릉 라카이 샌드파인 컨벤션센터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손인중
▲ ‘동해북부선 유라시아를 품다’ 철도포럼이 15일 오후 강릉 라카이 샌드파인 컨벤션센터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손인중

■“강원 물류 전진기지·광역경제도시 거듭날 계기”
 동북아경제공동체 교통·물류 등 협력 확대
‘영동권 강소 메가시티’ 설립 필요성 제기

동해북부선 철도는 향후 도래할 북방경제시대를 맞아 강원도가 대한민국 물류 전진기지로, 수도권 배후 광역경제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 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강원도민일보와 동해북부선연결강원추진위 공동주최로 15일 강릉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에서 열린 ‘동해북부선 착공기념 철도 포럼∼동해북부선 유라시아를 품다’에서 기관·단체장과 전문가들은 물류 경제와 관광발전, 평화를 잇는 통로가 되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해북부선 비전에서는 ‘대륙으로 가는 통로’, ‘평화경제의 첫걸음’, ‘환동해경제권의 부상’ 등에 방점이 찍혔다. 이한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강릉∼고성 제진 동해북부선(111.7㎞) 건설사업은 동해선 철도 가운데 유일한 단절구간을 연결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남과 북 연결을 넘어 대륙으로 가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 이라고 강조했다. 동해북부선을 통해 러시아, 유럽까지 향하는 대륙 철도망이 완성되면, 동북아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교통, 물류, 에너지 협력이 한층 확대될 것 이라는 전망이다. 나희승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동해선이 복구되고, 남북대륙철도가 운행을 시작하면 금강산과 원산 관광은 물론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로 물류·유통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며 “남북대륙철도 운행에 대비해 국경역과 국제화물열차 운영 등의 인프라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최문순 도지사는 김명중 경제부지사가 대신한 축사에서 “동해북부선이 2027년까지 준공되면, 2023년 개통 예정인 포항∼삼척 철도와 연계해 부산을 출발한 열차가 한반도를 넘어 유럽으로 나아가는 거대 노선이 완성된다”며 “여객, 물류 수송에 신기원을 열면서 환동해경제권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역철도망 확충으로 강원도와 동해안권 발전에 이제껏 없었던 기회요인이 생기고 있다는 기대와 함께 과제에 대한 주문도 잇따랐다.

최 지사는 “동해선 건설로 기존 강릉선 KTX,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등과 연계해 강원도의 동∼서와 남∼북을 아우르는 순환 철도망이 완성되면, 분단 이후 접경지역으로 소외됐던 강원도는 관광객이 찾아오고, 물류가 집중되는 곳으로 거듭날 것” 이라고 예상했다.

김형익 동해북부선연결강원추진위원장은 “동해안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온 서울∼강릉 KTX 보다도 더욱 놀라운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며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동해안이 평화경제의 중심으로, 유라시아의 거점으로 위상을 다지기를 고대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이날 포럼에서 김한근 강릉시장은 “동해북부선 연결을 통해 동해선이 완성되는데 때 맞춰 영동권 각 지자체의 강점을 확대·보완해 네트워크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하기 위해 영동권 강소 메가시티 조성이 필요하다”며 ‘환동해권 평화경제·관광 특별연합’ 설립 필요성을 제기해 특히 주목을 끌었다. 기관·단체장과 전문가들은 각 지역 역세권 개발의 특성화·개성화, 철도와 항공·항만 연계 대책 수립, 물류거점 건설, 관광객 수용 인프라 확충과 함께 서울, 부산, 목포 등으로 이어지는 광역철도망 확충이 잇따르는 것과 연계해 초광역 협력 프로젝트를 발굴·추진하는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15일  강릉 라카이 샌드파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해북부선 유라시아를 품다’ 철도포럼에서  김중석 강원도민일보 사장이 김형익 동해북부선연결 강원추진위원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손인중
▲ 15일 강릉 라카이 샌드파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해북부선 유라시아를 품다’ 철도포럼에서 김중석 강원도민일보 사장이 김형익 동해북부선연결 강원추진위원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손인중

■‘염원에서 착공까지’ 도내 시민사회 힘 돋보였다
2018년 본지·희망래일 주최 전문가 토론회
조기착공 촉구 ‘침목 기증’ 국민 관심 촉발
동해선연결 추진위 김형익 위원장에 감사패

강릉∼고성 제진 간(111.7㎞) 동해북부선 철도가 착공 결실을 거두게 된 데는 직접 수혜지인 동해안을 중심으로 강원시민사회의 힘이 견인차가 됐다.

‘미완의 철도’를 연결,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철의 실크로드 초석을 놓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도내에서는 다채로운 촉구·성원활동이 이어졌다.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인 2018년 1월 강릉향교에서 강원도민일보와 (사)희망래일 주최로 전문가 토론회가 열린 것을 시작으로 동해북부선연결추진위원회 발족식(4월 17일), 강원추진위 출범식 및 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기원 한-러 청소년 합동연주회(9월 16일) 등이 줄을 이었다. 이듬해 4월 25일에는 ‘부산에서 베를린까지 동해북부선 연결 부·울·경 추진위 출범식’이 부산일보사에서 열려 영남권 동해안의 염원이 가세했다.

2019년 9∼10월에는 동해북부선 출발지인 강릉역에서 종착지인 고성 제진역까지 국민대행진이 인간띠를 잇듯이 펼쳐졌고, 그해 12월에는 ‘대륙의 꿈, 한-러 청소년 평화오케스트라’가 러시아 연해주에서 열려 큰 울림을 선사했다.

특히 동해북부선 조기 착공을 촉구하며 전개된 ‘침목 기증 운동’은 시민사회운동의 새 패러다임을 선보이면서 국민적 관심을 촉발했다. 2018년 ‘동해북부선연결추진위’에서 범국민 캠페인으로 불 붙인 침목 기증운동은 기금을 기탁하면 해당 침목에 기관·단체 및 기증자 이름을 새기는 것으로, 각계각층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지역사회에서는 “침목 기증운동을 통해 국민적 염원이 활화산 처럼 타올랐다”고 평가했다.

15일 포럼 현장에서는 침목기증운동 등 시민사회의 염원을 모으는 구심체 역할을 한 동해북부선연결 강원추진위 김형익 위원장(강릉상공회의소 회장)에게 감사패가 전달됐다. 김 위원장은 “동해북부선은 낙후된 동해안 지역의 변화·발전에 획기적 계기가 되고, 세계적 관광지로 급부상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부산 울산 경남 등 타지역과의 협력을 통해 동해안 시대 파급효과를 극대화하자”고 강조했다.


■전문가 라운드테이블. “남북 잇는 새로운 혈맥 형성… 강원이 주도권 선점”
남북 ‘통행·통신·통관’ 정상화 노력 중요
시베리아 횡단철도 활용 경제성 수익내야

◇좌장=△안병민 한반도경제협력원장

◇토론 △강영식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김영식 강릉원주대 교수 △김창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극동경제협력특별위원장 △박용식 강원도 평화지역발전본부장 △조민행 희망래일 이사 △진장원 유라시아 평화철도포럼 상임대표

△강영식=9·19 평양공동선언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 등 감염병의 공동 퇴치와 함께 남북간 철도연결을 위해서는 끊어져 있는 동해북부선 우리측 구간의 철도 연결을 무엇보다 우선 추진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남북교류협력 추진을 위해서는 남북간의 3, 즉 통행, 통신, 통관을 정상화하고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이 경의선과 동해선의 육로와 철로를 통해 서로 접촉·내왕하고 물자가 오가는 새로운 혈맥을 만들어 내야한다. 우선적으로 경의선과 동해선 구간의 통행과 통관 관할권을 유엔사로부터 이관받아야 하고 남북 공동으로 단일 CIQ를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향후 남북 당국간 협의가 재개되면 남북간 교류협력 물자의 수송과 인적 왕래에 관한 남북 당국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김영식=수도권 접근성을 이유로 기업 유치가 잘 안됐지만 동해북부선이 생기면 쉽게 해결될 것이다. 또 강릉~고성 제진(111.7㎞) 연결은 과거 남아있는 선로가 해변가에 있다 보니 사실상 사용 할 수 없어 일부를 제외하고는 해당 지역을 사용하지 않고 우회해 추진되고 있다. 동해북부선은 물류가 핵심인데 이에 맞게끔 역사나 노선이 합당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러시아는 그 동안 우랄산맥을 중심으로 개발돼오다 지난 2013년부터 극동지역에 대한 투자를 시도했지만 서쪽과 남쪽의 연결고리가 원활하지 않아 난항에 빠졌다. 빠른 개발을 위해서는 철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해 철도 현대화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잘 사용해 경제성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풀어나가야 한다.

△김창진=러시아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중심이 되어 개발이 이뤄지고 극동지역의 개발은 미약하다. 다만 극동 연해주 등은 투자를 통해 발전을 원하고 있고, 한국과의 교류협력 의지는 적극적이다. 우리는 이를 활용해 러시아 지방정부를 움직이면서 러시아 중앙정부의 의지를 끌어내는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러시아는 한국과의 지리적 근접성이 있는 극동 시베리아에서 나오는 엄청난 가스와 수소에너지 등이 연결되는 것과 관련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와 유라시아가 연결되면 국가의 기개와 역량을 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동해북부선이 유라시아 대륙까지 연결되면 교통, 물류, 관광, 한반도 평화까지 모을 수 있어 철도는 문명의 통로라고 정의할 수 있다.

△박용식=산업, 물류단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현재 평화경제특구법이 예산결산특별위 표류 중인 만큼 적극 협력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 통일부 법령과 조례가 변경되면서 그 동안 남북교류는 직접 교류에 한해서만 협력기금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문화 등 간접 교류에 대해서도 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뒷받침하겠다. 이를 통해서 강원도가 남북협력 교류협력을 다른 곳에 뺏기지 않고 주도해 나갈 수 있게 하겠다. 지자체가 직접 남북교류협력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직접 교류 뿐만 아니라 간접 교류에 대해서도 지원할 근거를 만들었다. 이에 지자체간 경쟁이 유발되는데, 어떤 경우라도 남북교류협력에 주체가 될 수 있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 지원하겠다.

△조민행=동해북부선이 연결되고 유라시아로 가면 교통물류와 같은 경제적 분야, 관광 같은 사회적 분야와 함께 한반도 평화와도 직결될 수 있다. 동해북부선은 시민단체에서 사회적 이슈를 만들고 정부가 받아들여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한 성공 사례이다. 유라시아가 한반도와 연결된다면 가장 중요한 역사를 완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북방정책을 가지고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린다.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동해북부선이 연결돼 젊은 학생들이 직접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 경험을 하게됐으면 좋겠다.

△진장원=동해북부선은 부산에서부터 대륙으로 나가는 남북 물류철도이다. 속초, 고성을 연결하는 축이고 북한이 열렸을 때 결국 금강산 등 북한 관광과 연결되는 중요한 축인 것이다. 동해북부선은 크게 물류, 관광, 자원 세가지 기능에 특화됐다. 강릉~고성 제진 간 철도건설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로 추진됐다는 것은 미래를 바라보고 동해북부선을 준비하는 것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에 대비해 제진 방향으로도 논스톱으로 갈 수 있게 선을 미리 확보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 역 유치 등으로 지자체간 긴장이 있는데 물류는 고성 제진, 관광은 강릉과 속초, 자원은 동해 등 적절히 기능을 분담해 큰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한다.

홍성배·김우열·이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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