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마스크 속에서

이별의 아픔은 입 안이 쓸개보다 쓰다

눈물이 앞을 가려 바람벽에 부딪치는

신음소리 한숨소리 공간 벽이 무겁다

누구도 대신 갈 수 없는 하늘 길

그 눈과 귀는 세상을 닫고

한 생 지고 온 세상의 짐을 내린다

아직 보내고 싶지 않은 아버지와의 이별

이별이 준비되지 않은 채 흰 국화꽃처럼

검은 리본 속 사진은 웃고 있다

소리 없이 사선의 경계는 분리되고

몇 천 도를 타오르는 불 화구 속으로 내려간다

이름 석 자 전광판에 반짝 떴다 사라지면

천국 문 안에 들기를 기원하는 사람들

하얗게타는 입술을 깨물어 뜯는다

바퀴 구르듯 도는 초침들 너머

한때는 누구보다 뜨거웠을 생 무너지는 소리

텅 빈 가슴팍을 쿡쿡 두드리며

깊은 한숨만 푸푸 마스크 속에서 뱉어낸다

이슬비가 내리는 아침

한 생의 붉은 물 다 빠진 몸

한 줌의 재로 말끔히 담긴 도자기 하나

적송 빼곡한 숲 속 길을 검은 우산을 쓰고 간다

마스크 속으로 흐르는 눈물이 황천보다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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