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여진 문화팀장
▲ 김여진 문화팀장

‘#새해첫곡’

2022년 1월 1일 자정을 땡하고, 넘긴 뒤 처음 마주한 해시태그다. 새해 첫날 처음 들은 곡 제목과 내용이 그해 운명을 좌우한다는 썰(?)에 혹한 사람들 덕이다. 그런 속설을 정말 믿는다기 보다는 새해 마음가짐을 다듬는 또다른 방식일 것이다. 공들여 고른 노래를 듣는 3분여의 시간은 생각보다 큰 위로와 안정감을 준다. 머리에 스친 여러 곡 중 밴드 라이프앤타임의 ‘호랑이’를 찾아 들었다. 멤버 모두 호랑이띠인 밴드인데, 가사 전문은 이렇다.

“초연함이 서서히 스며든다 / 일그러져 이빨을 드러낸다 / 우아함과 고통의 시간들이 비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네 // 자신과의 싸움에 승리한다 / 먹잇감이 나의 눈을 바라본다 / 수려함과 노력의 정도와는 비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네 / 우리는 호랑이”

연주가 좋아서 수없이 들은 노래지만, 이날은 유독 우아함과 고통, 수려함과 노력의 정도가 비례한다는 가사가 와 닿았다. 그리고, 얼마 전 취미 없던 요리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는 친구 얘기가 생각났다. 일도 한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고, 연애도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닌데, 요리만큼은 계획하고 정성 들인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인풋과 아웃풋이 같을 때의 성취감이 생각보다 크다고, 새로 도전해 볼만한 취미라고 했다.

노력과 결과 사이 왜곡이 크면 마음과 관계의 균형이 깨진다. 잉여분이 생기면 과실을 놓고, 부족분이 생기면 책임을 놓고 싸움이 일어난다. 당첨되기만 하면 3억원 정도는 바로 남길 수 있다는 동네 아파트 청약 소식과 몇십억원 얘기가 참으로 쉽게 오가는 온갖 비리 의혹 뉴스에서 도무지 ‘균형감’, ‘현실감’을 찾기 어렵다. 현실에서 부딪치는 날카로운 무한경쟁과 로또가 주는 기약없는 기다림 사이에서, ‘도대체 중간이 없다’고들 소리친다. 그 사이에서 툭 툭 떨어지는 불안감은 사라질 기미가 없다. 대박, 횡재, 요행보다는 꼬박꼬박 하루를 성실하게 채우는 균형(balance)있는 일상이 절실하다.

지난해 불안 속을 파고든 단어가 공정이었다. 질문은 ‘우리 사회는 과연 공정한가’, ‘공정은 어떻게 측정하는가’ 처럼 비교적 점잖게 시작됐다. 하지만 물을수록 마주하게 되는 심드렁한 얼굴에서 이 질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공정 그게 도대체 뭔데’ 같이 공격적이고 답없는 반문만 돌아왔다.

그렇다면 과제가 남는다. 기자들은 새해에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우리 사회를 설레게 할 단어는 무엇일까. 오는 3월, 6월 대선과 지선의 시간이 다가온다. 그 대답을 먼저 찾는 쪽이 아마도 선거가 끝난 뒤 웃게 될 것이다. 선거구호 속 허언에 가까운 고상함이나 우아함은 곧 고통의 또다른 이름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호랑이의 눈으로 찾아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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