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에서는

길이 없어도 모든 게 길이니

주저하지 마세요.

가벼이 비웠으니, 깊이

더 깊이 들어오세요.

겨울눈이 쌓이기 전

바람을 따라오세요.

빗물 같은 상심은

가지 사이로 내릴 수 있지만

흰 눈처럼 저민 사랑은

일순 부러지잖아요.

온전히 비운 제 모습의 숲

가슴 속이 보이나요?

훤히 보이도록 비워뒀으니

내밀한 곳까지 들여다보세요.

그대가 안길 자리

내 한 목숨 움을 틔워

그대도 나도 숲이 되어

물들고 낙엽까지 지면

오세요. 가릴 것 없으니

손 내밀고 당겨 안기세요.

더 깊숙이 더 깊숙이

언제나 나가는 길이 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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