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소설’·‘#생태시’ 출간
생명환경 주제 문학 각 권에
강원 출신 문인 작품 대거 포함
지역 생태문학 흐름도 확인

▲ 2019년 본지에 포착된 양구 도사리 풍경. 태양광시설로 인해 베어진 나무들이다.  본사DB
▲ 2019년 본지에 포착된 양구 도사리 풍경. 태양광시설로 인해 베어진 나무들이다. 본사DB

지난 해 문학계의 화두는 생태였다. 팬데믹로 인한 재난을 겪으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이 더욱 대두됐고, 작가들은 ‘지금 아니면 안된다’는 위기 의식으로 글을 써 나갔다.

지역에서도 생태 관련 문학이 많이 나왔다. 생명 환경 운동의 대표 주자 격으로 꼽히는 춘천 툇골의 최성각 소설가는 환경책 서평집 ‘욕망과 파국’, 산문집 ‘산들바람 산들 분다’를 펴냈다. 강릉 출신 김선우 시인은 시집 ‘내 따스한 유령들’을 통해 코로나19 이전의 삶이 과연 평화로웠는지를 되물었다. 원주 불편당에서 생활하고 있는 고진하 시인은 생태 에세이 ‘야생초 마음’을 통해 쓸모 없어 보이는 것들의 쓸모 있음을 알렸다. 춘천 출신 최계선 시인은 동물시편 2·3권을 통해 인간의 무분별한 행위로 인해 대자연의 스승들이 멸종하고 있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기도 했다. 지역문학과 생태문학의 거리가 멀지 않음을 방증한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해시태그 문학선 ‘#생태소설’과 ‘#생태 시’를 펴냈다.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주제어를 선정해 이와 연관된 문학작품을 선별해 묵은 앤솔러지(anthology)다. 문학작품이라는 ‘기호(hash)’를 ‘묶는다(tag)’라는 어원대로 지면과 시대를 떠나 각기 흩어져 있던 문학작품들을 모았다. 작품 해설 ‘포스트잇’과 생각해 볼 문제 ‘생각의 타래’를 더해 독자들에게 심층 질문도 던진다.

 

▲ #생태소설, 우찬제 엮음
▲ #생태소설, 우찬제 엮음

‘#생태소설’의 작품은 우찬제 문학평론가(서강대 국문과 교수)가 선별했다. 강릉 출신 최성각 소설가의 1989년작 ‘약사여래는 오지않는다’를 비롯해 김원일 ‘도요새에 관한 명상’, 듀나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 편혜영 ‘아오이가든’, 정세랑 ‘리셋’, 천선란 ‘레시’ 등 6편의 중단편 소설이 담겼다.

‘약사여래는 오지 않는다’는 주인공이 유락산 자락 광덕 약수터로 물을 뜨러가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깨끗한 물을 놓고 다투는 사람들에게 환멸을 느끼는 주인공은 산에서 개를 잡는 모습을 보고 분노를 느낀다. 그러면서도 약사전 앞에 그려진 불화를 보고 이상한 불안감을 가진다. 폐수를 한강에 무단 방류하는 등 당시 국내 환경오염의 사례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생명의 근원인 물이 오염되면 병을 고쳐준다는 약사여래가 올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아이러니하게도 플라스틱 병에 담긴 물을 사 먹는 오늘날 현실이 약수터에서 신선한 물을 기다렸던 이전보다 결코 나아지지 않았음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 #생태시, 이혜원 엮음
▲ #생태시, 이혜원 엮음

이혜원 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가 엮은 ‘#생태 시’에는 강원도 시인들의 진지한 성찰이 담겨있다. 고성 출신 이성선, 속초 출신 고형렬·함성호, 영월 출신 고진하, 춘천 출신 최승호, 강릉 출신 김선우·박용하, 원주 김지하 시인 등의 시가 포함됐다.

환경오염에 대한 시적 인식은 무섭도록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최승호 시인은 시 ‘공장 지대’에서 “무뇌아를 낳고 보니 산모는/몸 안에 공장 지대가 들어선 느낌이다./젖을 짜면 흘러내리는 허연 폐수와/아이 배꼽에 매달린 비닐 끈들./저 굴뚝들과 나는 간통한 게 분명해”라며 산업화의 그늘을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했다.

고형렬 시인도 시 ‘오염 천지’에서 “저 오염 천지의 마지막 세상에서도/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의 욕망을 배우리”라며 인간의 욕망이 멈추지 않고 있음을 강조한다. 고진하 시인은 “사나운 문명의 바퀴들이 으깨어버린/사신”이라고 시 ‘꽃뱀 화석’을 읊으며 대지로 향한다.

이들은 소외된 것들에 대한 마음을 거두지 않는다. 자연이 파괴되는 현실 속에서 작고 연약한 존재에 대한 공감과 시선이야말로 문학이 해 나가야 할 본연의 자세임을 되짚는다. 박용하 시인은 달이라는 호텔 테라스에서, 또 지구 여관에서 잠을 청하는 생명과의 공동체 정신을 요구한다.

“연약하기 짝이 없는 저 별이 아직은 은하계의 오아시스인 모양이다. 우주의 샘물인 모양이다(시 ‘지구’ 중)”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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