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 강릉본부장
▲최동열 강릉본부장

강원도 도청 소재지, 춘천은 필자에게 추억과 그리움이 많은 곳이다. 대학 4년에다가 졸업 후 직장 생활을 더했으니 20∼30대 청춘의 꿈과 사랑, 열정이 한껏 배어있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회의나 각종 보고 등의 업무를 위해 춘천을 방문할 때면 적잖이 설레는 것이 사실이고, 춘천의 관문인 원창고개 마루에서 잠시 상념에 젖는 ‘나만의 호사’를 즐기곤 한다.

반면에 근 40년간 오가는 데는 부담이 만만치 않은 길이었다. 1983년, 대학 입학 때는 춘천까지 이동에 5시간 내외가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릉∼횡계∼진부∼장평∼둔내∼횡성∼홍천을 거쳐 이동하는 동안 버스에서 멀미에 시달리고, 요금·시간 부담까지 감내해야 했으니 고향의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명절·휴가 때나 엄두를 낼 수 있는 연례행사였다. 하지만 그런 거리상의 제약은 강원도가 어차피 백두대간을 경계로 영동·서로 구분되는 지역이니 도청이 어디에 있든 한쪽 주민들은 감내해야 하는 구시대의 불편이었다고 이해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재정·인력 등이 비약적으로 팽창하고 행정수요와 지원 영역이 몰라보게 다변화된 오늘날은 어떨까. 아직도 동해안의 수많은 공무원과 기관·단체, 기업체 관계자, 주민들이 수시로 원거리 이동불편을 감내하며 업무 처리를 위해 도청을 오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릉에 ‘환동해본부’라는 도청 조직이 존재하지만, 업무영역이 해양수산 분야와 일부 관광 기능에 한정돼 행정수요 변화상과는 거리가 멀다. 교통망 개선으로 이동시간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단축됐다고 하지만, 세계가 빛의 속도로 변모하고 발전하면서 시간이 곧 돈이고, 경제인 현실을 고려하면 전근대적인 행정 환경이라고 불만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해법을 찾자고 하니 다른 지역 사례가 부러워진다. 경상북도는 낙후된 산간지역인 북부권 균형발전을 위해 2016년 안동·예천 지구로 도청사를 옮긴 데 이어 지난해에는 동해안 거점 포항에 동부청사를 기공했다. 내년 개통을 앞두고 동해안 전역이 환호하고 있는 포항∼삼척 간 동해중부선 철도 전철화 사업도 2019년 예타면제 사업 신청 때 경상북도가 우선 사업으로 신청해 결실을 거둔 것이었으니 경북도청이 동해안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또 경상남도는 2015년 진주에 서부청사를 개청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기능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공론화 작업이 한창이고, 경기도는 의정부에 북부청사를 두고 있다.

강원도는 이들 지역과 비교할 때 자연환경과 면적에 따른 거리상 제약이 훨씬 심하기에 ‘동해안 청사’의 필요성 또한 한층 크다고 할 수 있다. 동해안에 철도 등 광역 교통망이 확충되면서 해양·수산자원은 물론 관광·문화, 물류, 산업, 에너지, SOC, 주거 등의 분야에서 발전기대가 날로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행정수요는 급증하고, 더욱 다변화될 것이 자명하다. 도청 신축사업과 맞물려 ‘제2청사’ 설치 요구가 동해안에서 거세지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방분권을 부르짖는 강원도에서 동해안 주민 여망을 수렴한 ‘도청사 분권’이 먼저 이뤄지기를 소망한다. 최근 춘천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허영 국회의원이 2청사 건립 의제 띄우기에 나섰다는 소식이 그래서 더욱 더 반갑고,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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