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바람·추위 삼박자 향연 하늘이 빚는 황금빛 선물
겨울이면 혹한에 떠는 용대리
국내 황태 생산량 70% 차지
한파·폭설·바람 최상품 빚어
눈 쌓인 골짜기마다 장관 연출

아! 백두대간

백두대간 내설악 들머리 한 산골마을 곳곳에 명태가 주렁주렁 내걸렸다. 황태로 유명한 인제군 북면 용대리 마을. 풍력발전소를 설치할만큼, 설악산에서 내려오는 칼바람과 강추위가 상존하는 곳이다. 마을 주변에는 황태덕장과 황태요리 맛집이 기다리고 있다. 황태 맛을 보고 마을길을 따라 가다보면 명태가 줄 이어 널린 모습을 볼 수 있다. 황태덕장이다. 명태는 이곳에서 봄바람이 솔솔 불 때까지‘얼었다-녹았다’하기를 수 십번 반복하면서 마른다. 그리고, 다 마르면 황태가 된다. 겨우내 하얀 눈이 쌓인 덕장의 모습은 설악의 자연과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절경을 뽐낸다.
 

인제군 북면 용대리는 국도 46호선을 타고 가다 백담사 오르는 길에서 진부령과 미시령이 갈라지는 삼거리 뒷편일대를 말한다.

▲ 겨울속 황태덕장
▲ 겨울속 황태덕장

내설악을 품으며 이어지는 깊은 산의 골을 끼고 있는 마을이라 그런지, 겨울이면 혹한에 떤다. 그래서일까. 용대리에는 유난히 황태덕장이 많다. 용대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황태덕장을 가진 곳으로 국내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황태는 얼어 붙어서 더덕처럼 마른 북어라 해 더덕북어라고도 한다.

황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정성과 눈, 바람, 추위 등 3박자가 맞아야 한다. 날씨가 중요하다. 겨울바람이 황태를 얼리면, 낮에는 따스한 햇살이 황태를 녹인다. 일종의 순환법칙같다.
 

황태를 말릴 때는 기온이 너무 오르거나, 떨어지면 안된다. 기온이 급속히 떨어지면 하얀 백태가 되고, 기온이 오르면 강태가 된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황태가 썩고, 너무 많이 바람이 불면 딱딱해진다. 그래서, ‘황태의 맛은 하늘이 내린다’고 했다. 덕에서 걷은 황태는 머리 부분에 구멍을 뚫고 싸리로 꿰는 관태 작업을 해 저장실로 들어간다.

▲ 눈이 내린 황태덕장에서 덕에 걸린 명태를 손보고 있다.
▲ 눈이 내린 황태덕장에서 덕에 걸린 명태를 손보고 있다.

한파가 이어지고 폭설과 바람이 불면 최상품의 품질이 나온다. 영하15도 이하의 날씨가 어림잡아 두달 이상은 돼야 한다. 명태는 거는 즉시 얼어야만 물과 함께 육질의 양분과 맛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보통 12월 중순에서 1월초에 덕에 건다.


그렇다고, 무조건 거는 것은 아니다. 기온이 맞지 않으면 뒤로 미룬다. 동해안 할복장에서 배를 가른 명태는 두 마리씩 코를 꿰어 내건다. 이를 상덕이라고 한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얼고 녹기를 스무 번 이상 반복하고, 사람의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황태는 33번의 손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용대3리에만 20여곳의 덕장이 있다. 해마다 2500만 마리에서 3000만 마리가 황태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황태는 함경도 원산의 특산물이었다. 겨울이면 원산 앞바다에서 명태가 많이 잡혔다. 명태가 많이 나는 지역에서는 명태를 말렸다. 이를 북어라고 한다. 그런데, 원산의 북어는 달랐다. 바싹 마르는 여느 북어와 달리, 명태의 몸이 두툼하게 유지를 하면서 살이 노랗게 변했다. 독특한 북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게 황태다. 한국전쟁이후 원산출신들이 강원도에서 황태를 재현했다. 원산 황태와 가장 가까운 맛을 내는 지역이 바로 용대리였다.

▲ 덕에 명태를 걸고 있다
▲ 덕에 명태를 걸고 있다

덕장주들은 입을 모은다. “용대리 황태는 하늘과 더불어 만들어진다”며“황태는 눈, 바람, 추위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지난 겨울에도 그랬지만, 올 겨울에도 한파가 이어지면서 최상품의 품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를 품었다.

사실, 황태의 원료인 명태는 대부분 러시아산이다. 국내산 명태는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명태마저 가격이 오르면서 덕장에 거는 명태도 크게 줄었다. 수입된 동태의 배를 따고 내장을 제거하는 일은 동해안에서 한다. 지난 1990년대 중반만해도 내장을 제거한 명태를 덕장에서 직접 물에 담갔다가 걸었다. 이물도 제거하고 모양을 잡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그 혹한 속의 물 작업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일의 절반은 덜었다.


용대리 황태덕장에서는 해마다 5월쯤 마을에서 황태축제가 펼쳐진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축제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황태를 주제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지역주민은 물론 수도권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황태팬케이크 만들기 체험, 황탯국 만들기, 황태강정, 황태라면 요리체험, 황태 숯불구이 체험 등 다양한 황태 음식을 직접 요리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 황태덕장의 모습
▲ 황태덕장의 모습

황태는 부들부들하게 씹히는 부드러운 맛에다 담백하고 고소함까지 갖고 있어‘맛’으로도 인기가 높다. 한방에서는 황태 국물이 일산화탄소 중독까지 풀어낼 만큼 해독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한약재료로도 많이 쓰인다. 과음으로 피로해진 간을 보호해주는 메티오닌 등 아미노산이 풍부한 황태는 술 해장용으로도 최고의 식품으로 꼽힌다.

해마다 겨울이면 바람이 불어오는 골짜기마다 황태를 말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황태덕장은 겨울철에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인데다, 주위에는 황태요리집이 즐비해 맛있는 황태요리를 즐길 수 있어 겨울관광명소로 자리하고 있다. 진교원·사진제공=김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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