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삶이 언제 마무리될지도 예측할 수 없다. 원하는 것 중에서 세상이 내게 허락하는 것은 언제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누구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없다. 우리는 한정된 자원으로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선택해야 한다. 식당에서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순간에도 고민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대학에 진학할지, 어떤 직업을 택할지, 결혼을 할지, 누구랑 할지, 자녀를 낳아야 할지 등도 결정해야 한다. 주변 시선을 의식하거나 욕심이 지나치거나 기준이 모호하면 선택은 더 힘들어지고 결정을 미루게 된다. 현재의 대선 정국에서 누구를 택할지도 많은 사람에게 큰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결정이 어려운 이유는 바르게 해야 한다는 강박적 사고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랜 학교 교육을 통해 문제에 맞는 답을 찾고, 가장 많은 답을 찾아야 기회와 보상도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결정의 순간마다 여러 선택 중 가장 적합한 답이 있다는 전제를 암묵적으로 떠올린다. 그러나 삶에서의 선택은 명확한 답이 있는 시험과는 다르다. 무엇을 고른다는 것은 각 장단점이 있고 그 합이 비슷한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다.

기회비용을 염두에 두는 것도 이유가 된다. 우리는 삶의 다양한 길을 전부 체험하지는 못하지만 매스컴이나 책, 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게 된다. 겉보기에 화려한 사람의 내면에도 남모를 고뇌가 있고, 힘들고 고단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그 나름의 행복이 있음을 안다. 그러나 여러 매체를 통해 화려함은 드러나고 아픔은 가려지기 때문에 나의 고난은 다른 사람의 보이지 않는 슬픔보다 더 힘겹게 보이고, 내가 가지 않은 길의 환희는 나의 소소한 행복보다 유난히 대단해 보인다. 우리 마음에는 이득보다 손해를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갖지 못하는 화려함과 삶의 고난이 잘못된 선택에 의한 손해인 듯 느껴질수록 다음 선택에서 고민이 많아지게 된다.

최선을 다해도 이루지 못할까 봐 두려운 마음도 있다. 선택 후 최선을 다했으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의 상실감이 두려운 것이다. 선택을 하지 않거나 시작을 하지 않으면 적어도 해낼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이다.

결정을 내릴 때 고민하는 이유는 두려움을 회피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장단점이 비슷한 선택지 중에서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길을 따르는 것은 두려움이 덜하지만 기회가 적고,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택하는 것은 모험이지만 예상치 못한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것은 선택지의 장단점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삶에서 중요한 것은 선택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에 따르는 실천이다.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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