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독도는 우리땅 40주년 작곡가 박문영
“한국인 운율에 맞춘 작사로 누구나 쉽게 외워
동요가 일제강점기 민족 정체성 지킨 원동력
미래세대 위해 가수 임지민과 새 독도 음원도 ”

▲ 독도는 우리땅을 작곡한 박문영 작곡가가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 독도는 우리땅을 작곡한 박문영 작곡가가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200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땅”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가사,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문영 1982년 발표한 ‘독도는 우리 땅’의 첫 소절이다. 코미디 프로그램 작가 시절 그는 백과사전의 도움으로 일주일만에 이 곡을 작곡·작사했고 이후 음반으로 발표해 독도에 대한 선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박 작곡가의 작품인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도 우리 역사의 큰 줄기를 익히는 교과서적인 곡으로 지금도 불린다.

박 작곡가는 휴전 이듬해 평창 출신 어머니와 원주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교 시절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배웠고 서울대 건축공학과로 진학해 1970년대 통기타 듀엣 ‘논두렁 밭두렁’을 결성해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 40여년간 500여 곡의 노래를 만들며 민족의 얼이 담긴 동요를 꾸준히 보급해왔다.

강원도에 대한 사랑도 남다르다. 2012년 독도는 우리땅 30주년을 맞아 발표한 곡에서는 “세종실록지리지 강원도 울진현”이라는 가사를 통해 강원도 역사에도 독도가 분명 있음을 알렸다. 2017년 평창올림픽을 기념하는 ‘평창송’을 내기도 했다. 그는 독도는 우리땅 발표 40주년을 맞아 예능 ‘내일은 국민가수’에서 인기를 얻은 10세 가수 임지민과 협업해 ‘독도를 사랑해’, ‘김치를 사랑해’, ‘역사를 사랑해’ 음원을 올해 발표한다. 독도는 우리땅 가사를 현대적으로 개사했다. 플래시몹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도 갖고 있다. 모두 미래 세대에게 독도에 대한 자부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독도는 우리땅’ 발표 40주년과 내달 1일 3·1절을 맞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박문영 작곡가가 계속 강조한 것은 ‘한국인의 자존감’이었다.



-‘독도는 우리땅’ 발표 40주년이 됐다. 소회는.

=“이 노래가 이렇게 오래 남아있을 줄 몰랐다. 젊은 세대들로부터 막강한 팬덤이 있었던 것 같다. ‘한국을 빛낸 백명의 위인들’도 그렇다. 어린이들 취향에 맞는 이 노래를 통해 젊은 세대들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어 나갈 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봤을 때 혁신적 파괴다. 한국인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심어준 것 같아 뿌듯하다.”



-곡의 제작 배경이 궁금하다.

=“KBS ‘유머 1번지’ 작가가 되면서 기획회의에 참여했을 당시 신문 한 귀퉁이에서 일본 수상이 독도를 본인들 영토로 주장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 독도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었는데 백과사전을 보고 일주일만에 곡을 만들어 처음 불렀다. 이것을 보고 레코드 회사 사장님이 A면에 마지막 2분이 빈다고 곡을 요청해서, 발표하게 됐다. 당시 가수 정광태 씨 혼자 녹음했는데, 현장에 있던 임하룡 씨가 녹음장을 먼저 떠나 땅을 치고 후회했다는 뒷얘기가 있다. 전두환 정부로부터 금지곡이 되기도 했었는데 아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다른 노래들에 대한 비화도 있는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에서 100이라는 숫자는 정확히 100명이 아니라 완성된 숫자를 의미한다. 아이들에게 100은 무수히 많은 숫자다. 그래서 한국을 빛낸 위인은 백만명이 될 수도 있다. ‘짜라빠빠’는 처음부터 의미를 알 수없는 단어로 곡을 만들었다. 한국인이 신명을 아는 민족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중국 파오차이가 김치의 원형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김치 주제가’도 많이 불렸으면 좋겠다. ”



-가사와 멜로디가 중독성있다.

=“가사는 334조·335조 한국인의 기본 운율에 맞춘다. 누구나 한 번 딱 들으면 저절로 외워지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오징어게임 OST도 337 박수에서 리듬을 가져오지 않았나. ”



-곧 3·1절이다. 동요가 우리 민족에게 끼친 영향은 무엇일까.

=“3·1운동 후 지식인들의 노력으로 ‘반달’, ‘오빠 생각’, ‘고향의 봄’ 등 동요가 쏟아졌다. 외국의 동요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는 문화현상에 가깝다. 일제강점기 우리가 정체성을 잃지 않은 이유 또한 동요를 통해 민족적 자각과 자긍심을 깨우친 부분이 크다.”



-일본에 이어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도 크다.

=“주변국들이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를 질투하고 빼앗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우리 문화를 도저히 따라올 수 없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민족의 자존감을 살리는 일들을 아이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좋은 콘텐츠도 계속 발굴되고 있다. 문화력이 강하면 침략받지 않는다. 이 엄청난 힘은 자존감을 갖고 바라보면 보이기 마련이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원동력이 무엇일까.

=“한국 사람들에게 지금이 절호의 찬스다. 우리 민족은 굉장히 좋은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지금 골든크로스를 보인다. 우리 민족이 수천년동안 이 땅에 살아온 정체성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SNS 등 미디어 환경도 우리에게 잘 맞게끔 개편이 됐다. 한국인의 정신적 힘이 무엇인가 생각해봤더니 자존감이었다.”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나.

“동요를 가창하는 모임 ‘동요 동창회’를 만들어 활동중이고 등산을 많이 한다. 우리나라 땅과 강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아름다운 이땅에 금수강산에 단군 할아버지가 터를 잘 잡으신 것 같다.”



-올해는 어린이날 100주년이기도 하다. 동요작곡가로서 감회는.

=“어린이날도 민족적 자존감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나는 지금 0∼20세 친구들을 ‘비세대’라고 부른다. ‘베이비 세대’라는 뜻인데 그들에게 어울리는 댄스와 리듬으로 우리의 노래를 심어주고 싶다.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독도 운동의 의미는.

“독도 땅은 물론 우리 자존감을 지키자는 뜻이다. ‘독도는 우리땅’을 부르는 것 자체가 우리의 정신적 힘을 만드는 일이다. 시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남은 것은 민족적 자존감 덕이다. 어른들도 지금보다 더 애정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지방소멸과 저출생 등 한국사회에 많은 문제가 있지만 정신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미래는 밝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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