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석 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한겨울 추위로 잔뜩 움츠렸던 계절이 끝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철이 다가오면 자연은 잠시 잊고 있던 활기를 되찾는다. 산과 들에 꽃망울과 새잎이 움트고 한동안 모습을 감추었던 동물들도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의 야외활동도 늘어나며 전국의 산으로 상춘객들이 모여든다. 이렇듯 봄은 새로이 활력이 피어나는 시기이지만, 그 아름다움이 한순간 재앙으로 뒤바뀔 수 있는 위험 또한 도사리고 있다. 바로 산불이다.

2020년 산불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산불의 약 60%가 봄철에 발생했다. 피해 면적으로 보면 봄철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지는데, 이를 통해 규모가 큰 대형산불이 봄철에 더욱 집중되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강원도 양양군 소재 낙산사를 전소시켰던 대형산불과 2019년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해 속초까지 확산됐던 대형산불 모두 4월에 발생했다.

산불은 입산자의 소각 활동 등 주로 인위적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지만, 여기에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부는 자연적 환경까지 갖춰지면 대형산불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반적으로 공기의 건조한 상태는 상대습도로 표현된다. 상대습도는 공기 속에 포함되어 있는 수증기량과 해당 온도에서의 포화수증기량과의 비율로 정의된다.

1981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40년 동안 장기간의 기상자료를 이용해 전국의 평균적인 월별 상대습도를 분석하면, 여름철 7월 상대습도는 79.9%로 가장 높다가 이후 꾸준히 낮아져서 4월에 60.8%로 가장 낮아진다.

계절별로 보면 봄철(62.6%)과 겨울철(62.7%)의 상대습도가 다른 계절에 비해 낮게 나타난다. 특히 강원도 영동지방의 경우 상대습도는 10월부터 뚜렷하게 낮아지기 시작하고, 12월의 상대습도는 47.9%로 전국 평균(64.3%)에 비해 16.4% 더 낮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전국 다른 지방에 비해 겨울 일찍부터 건조한 상태가 시작되고 그것이 봄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40년 동안 상대습도 변화 경향을 살펴보면, 과거에 비해 근래에 들어 그 값이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이 점차 상승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연평균 상대습도가 서서히 낮아지고 있는데, 그중 특히 봄철 상대습도의 감소 경향이 조금 더 크게 나타난다. 기후변화로 인해 봄철이 갈수록 건조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산불 발생과 확산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형산불은 한순간의 실수나 사소한 관리 소홀로 발생하지만, 피해가 발생하면 원래 상태로 복구하는데 수십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예방이 가장 중요하며, 불가피하게 산불이 발생했을 때는 조기 진화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상청은 산불 피해 최소화를 위해 산림청,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협력하고 있으며, 산불 발생 즉시 각 지방기상청을 중심으로 현장맞춤형 기상 지원을 실시한다. 전국에 설치된 기상관측망과 그를 기반으로 생산된 예측정보를 활용하여 산불 현장의 현재 및 앞으로 예상되는 기상 상황을 전달하고, 필요에 따라 직접 현장에 참여하기도 한다. 기상관측망이 현장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경우라면, 전국 지방기상청에 확대 배치 중인 기상관측 차량을 활용한다. 기상관측 차량이 현장으로 출동해 산불 현장 지근거리에서 기온, 습도, 바람 등 기상정보를 측정·제공함으로써 산불 진화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기상청은 강원도 영동지방에서 산불의 원인이 되는 양간지풍을 파악하기 위해 강원도 15개 기관과 협업, 집중관측을 수행 중이다. 양간지풍은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강한 바람인데, ‘불을 몰고 온다’는 의미에서 화풍(火風)이라고도 불린다.

봄철 이동성 고기압이 통과하면서 남고북저의 조밀한 기압배치가 한반도에 형성될 때, 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고온 건조한 양간지풍이 된다. 기상청은 집중관측을 통해 양간지풍의 발생 특성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이것이 강원도 영동지방의 강풍 예측 역량 향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우리 주변이 산불 예방에 더욱 주의를 요하는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영향을 감시·분석해 산불 피해를 예방하고, 정확한 기상정보 지원으로 신속한 산불 진화가 가능하도록 해 국민의 생명과 소중한 우리 산림 자원 보호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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