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 퇴임 인터뷰]
외부 성공사례 가져오는 것
후발주자가 될 수밖에 없어
춘천 ‘감자밭’·강릉 ‘테라로사’
비즈니스 모델 구축 기억 남아
관계 인구 위해 개방성 보충
회계제도 변환 ‘휴먼웨어’ 육성
서핑·커피 등 교육 학교 설립 등
지역·크리에이터 개성 추구해야

▲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
▲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 15일 퇴임한다. 한 센터장은 지난 2015년 취임 후 지역의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보육하고 새로운 분야의 스타트업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 5년간 강원형 뉴딜 특화산업인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81개 팀을 발굴하고 지원했으며 지난해에는 스마트 관광, 이모빌리티 분야까지 확대했다. 또 강원청년창업펀드 1호와 강원피크닉투자조합 등을 통해 직접투자와 투자조합으로 18개 기업에 총 33억원 규모를 투자해 강원도 우수한 스타트업이 지역을 넘어 성장할 수 있는 역할을 해냈다.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한종호센터장의 지난 7년을 인터뷰로 정리했다. 대담=송정록 편집국장
 

- 7년이 넘는 기간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를 이끌어 왔는데 소회를 듣고 싶다.

“7년 3개월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지역의 재발견이라 생각한다. 두가지 의미다. 지역은 무엇인가라는 추상적인 의미와 강원도라는 실체의 재발견이 같이 떠오른다. 전체적으로는 춘천, 강원도라는 땅이 굉장히 많은 가능성과 자원을 가지고 있으나 저평가됐다. 강원도란 땅에 들어있는 다양한 가치를 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원도란 땅 속의 가치를 어떻게 끌어낼 건가 직접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과정이 창업이라 생각한다.

제품, 디자인, 기술을 적용하는 등이 많이 생겨나 지역을 홍보하게 만들면 소비자나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 강원도가 달라지고 잘 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지자체에서 하는 사업들을 보면 강원도가 가지고 있는 내재된 가치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검증되거나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을 강원도로 가져오는데 치중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 셀럽 등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일회성 흥행성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될 수 없다.”

-재임기간 동안 다양한 창업을 지원했다. 특별히 기억나는 기업들이 있는가?

“감자밭(춘천)이다. 감자밭의 특징은 강원도를 표상하는 이미지인 감자란 원물에 집중했고, 감자 종자부터 생산, 가공까지 1~3차를 넘어 6차산업까지 전체밸류체인을 두 창업자가 정교하게 이해하고 활용을 했다. 사업구조가 단순히 빵집이 아닌 구조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었다.”

-창조센터가 발간한 책 중 속초 양미리와 서해안 전어를 비교하는 내용이 있었다. 강원도에서조차 전어를 과대평가하고 동해안 양미리를 저평가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담고 있었다.

“그동안 지역 내에서 무엇인가를 찾아서 나올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자존감을 올려보자는 것이다. 강릉의 테라로사도 자생적으로 생겨난 성공사례 중 하나다.”

▲ 한종호 센터장과 송정록 강원도민일보 편집국장이 지난 10일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서영
▲ 한종호 센터장과 송정록 강원도민일보 편집국장이 지난 10일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서영

-강원도의 관계인구라는 개념을 불러들여 네트워크를 만들고 지역을 재발견하도록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코로나19란 상황이 강원도에는 큰 기회로 본다. 단군 이래 처음이다. 80년대 이후 세계화 체제 속에서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다보니 해외진출을 신앙처럼 생각했다. 소비와 여가생활도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춰 국내보다 해외로 나가는 경향이 컸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밸류체인이 끊어지자 로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재발견을 하게 됐다. 외지 사람들이 강원도를 재발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강원도가 외지인들을 받아들이는 환대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본다. 스테이, 서비스, 콘텐츠 등 지역이 가지고 있는 개방성으로 낯선사람에게 열려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의 포틀랜드처럼 강원도에 들어오게 되면 모든 것을 도전할 수 있는 다양성을 인정해야한다. 다양성 속에서 개인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기위해 오는 이주자, 소위 문화 이주민이 생기게 된다. 기본적인 모터가 되는 것이 개방성과 환대시스템인데 강원도는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나.

“자본주의가 시작되면서 생산체계를 집약하게 돼 도시가 만들어졌다. 이제는 그런 것이 필요없어졌다. 현재 인공지능 시대에 생산공정을 공간집약적으로 할 필요가 없어 워케이션, 리모트워커들에 대한 공간이 필요한데 강원도가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절호의 기회를 살려 남의 것을 베끼거나 이뤄놓은 것을 유치하는 것보다 강원도의 매력을 제품 혹은 서비스로 만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관계의 힘으로 잡아놓을 수 있도록 나아가야한다.”

-결국은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의 문제다. 강원도의 고령화가 발목을 잡지 않겠나.

“그 일을 누가 하는 가라고 보면 턴(Turn)족과 지역을 재발견하는 신세대, 지역의 가능성을 새롭게 출발하는 세대들에게 지자체가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해보자는 것이다. 묵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사업을 시작할 시드머니를 주고 창업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창업프로그램을 만드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신세대와 구세대의 융합도 중요하다. 국토부 도시재생사업, 정부 부처의 지역개발사업의 공통점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치중됐다.

수치로 보면 하드웨어와 70, 소프트웨어 30에만 집중하다보니 실제로 투입될 휴먼웨어를 키울 수 있는 사업구조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휴먼웨어의 성장은 현재 회계제도로는 단년도로 평가·증명하기가 어려워 회계 제도를 바꿔야한다. 일본도 아베정부 지방창생계획은 지역 소멸론이 나오던 2014년부터 시작됐다. 특징 중 하나는 다년도 회계로 5년치 사업비를 주고 1년마다 평가를 하나 우리나라는 단년도로 하다보니 1년 안에 성과를내야하는 단점이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사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구조가 되다보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강원도청이 지난해 250억원 규모의 펀딩을 했다는 것은 보조금 위주의 기업지원 정책에서 투자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큰 발전을 했다고 본다. 투자는 인풋중심이 아닌 결과중심으로 예산을 쓸 수밖에 없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공무원들이 아닌  운용사에게 물으면 된다. 운용사들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다.”

-교육의 반감기가 줄고 있다. 20대에 배워 평생 먹고사는 시스템은 없어지고 있다. 이제는 늘 배워야하는 시대다. 지역의 교육문제도 해법이 필요하다.

“공교육 개혁을 포기하고 수많은 직업학교를 강원도에 만들어야한다. 예를 들어 강릉이 커피의 도시이기 때문에 전국 최고의 커피학교가 있어야 한다. 양양이 서핑도시이기 때문에 보드 경량화, 서핑복 재질 등 강원도에 최적화된 교육학교를 만들어야한다. 또 강원도 식자재를 활용한 요리학교를 만드는 등 대한민국 어디든지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학생들을 유치해야한다.

이미 숙명여대가 세계적인 프랑스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를 운영하고 있고 삼성이 뉴욕대와 함께 ‘SADI’란 디자인 학교를 설립했다. SADI는 학위과정도 아니지만 대기업들이 최고로 인정해 주는 등 강원도도 수준 높은 학교를 만들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 찾아주는 결과를 만든다면 학생소멸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춘천 출신 뮤지션 전범선의 삶을 재조명했다. 창의적인 인력의 활용인데 이것을 우리는 ‘전범선이즘’이라고 불러도 될까.

“창조경제 이론이 90년대 말 영국에서 시작됐고, 2001년에 리처드 플로리다라는 교수가 ‘크리에이티브 클래스’란 책에서 전범선처럼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시티를 만들자는 이론이 나와 있다. 공공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공공은 바닥을 깔아주는 형태로 가야하고, 민간의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이 뛰어놀 수 있게 해야하는 것은 개방성에서 나와야한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인정해주고 다투기보다 자신의 개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동해안 쪽에 특히 많은 관심을 보였다. 동해안은 누구와 경쟁해야하나.

“국내가 아닌 포르투갈의 리스본, 인도네시아 발리처럼 워케이션 도시로 성장해야한다. 리스본의 경우 세계 웹서밋이 열리는데 ‘webb’는 파도의 의미고 ‘web 웹’의 의미처럼 전세계 IT 개발자들이 모여 낮에는 서핑을 하고 오후에는 컨퍼런스를 한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우붓 같은 도시는 실리콘밸리의 아웃소싱을 하는 개발자들이 모인 코워킹스페이스 마을이다.

우붓에 있다가 양양 혹은 강릉에 온다면 국내 청년들도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고 세계화된 음식점과 문화로 도시가 이국화 될 것이다. 국내 대도시와 비교하는 것이 아닌 대안적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글로벌 지역과 경쟁을 해야 한다. 국내로 본다면 서귀포와 비교 할만하다. 서귀포는 이미 글로벌 노마드의 허브를 추구하고 있다.”

- 앞으로 창조센터가 해야할 일들이 더 많을 것 같다.

“지금 최고의 마무리는 일을 잘 할 수 있는 후임자에게 잘 넘겨 줘야한다는 것이다. 강원도의 경우 자존감 부재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강원도 대표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생충이나 BTS가 세계적으로 유행이 되고 인정을 받자 한국인들이 기를 펴고 살듯이 문화와 브랜드가 강원도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강원도의 브랜드 전략도 스웨덴처럼 강원도를 대표할 수 있는 것들에 투자해야 한다.

1인 창업자의 아이디어는 정치적인 시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외부에서 가져오는 것이나 이미 다른 곳에서 성공한 것은 안된다. (그것을 따라하다보면)후발주자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지역의 작은 창업자들을 키워야한다. 그들이 로컬 크리에이터다.”

-강원도에서 맛 본 최고의 술을 추천하신다면.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하슬라IPA는 최애 맥주다. 최근에는 춘천 감자아일랜드의 수제 맥주를 추천하고 싶다.”

그는 퇴직 후 제주도에서 한달살이에 들어간다. 이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월급쟁이 이만큼 했으면 됐다”고 웃었다. 그의 철학대로 ‘휘뚜루마뚜루’의 노마드적 삶은 우리 세대에 또다른 시사이자 이정표다.
정우진 jungwooji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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