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주저앉은 꽃다지

노란 꽃 피워 내고

작고 작은 회양목 꽃 모듬에

꿀벌이 윙윙대며 모일 때



고추, 오이, 근대 씨앗 뿌려

뙤약볕에 쪼그려 앉아

쇠비름, 바랭이풀, 개망초 뽑아도

돌아서면 어느새 훌쩍 자라 있는 풀



정성도 모자람이 없는데

영양분 지나가는 부드러운 줄기마다

염치없는 진딧물 바글바글 배 불리고

뒤처지면 큰일 날세라 꽃매미 떼 다닥다닥

밭가 무성한 쑥대 숲엔 진드기 우글우글

야위고 애처로운 눈을 가진 어린 너구리의 피를 빤다



하기야

나 잘 먹고 살자고

몰염치에 인정사정 없는 약삭빠름이

어찌 가꾸는 텃밭뿐이랴



사람 입에 들어올 것 없어도

꽃 대궁 올려 열매 익고 씨앗 맺히면

양손으로 곱게 받아

내년 봄에도 포근한 흙살에 묻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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