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

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의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가 개정 증보판으로 나왔다. 2009년 이후에 발표된 원고까지 수록한 녹색평론 서문집이다.

창간 3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도 생태위기의 경종을 알리는 김종철의 글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한다.

그가 외쳐온 주장은 간단하다.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가난해지고, 또 평등하게 가난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경적 감수성을 회복해야만 탄소중립도 실현할 수 있고 뭇 생명들과 더불어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김 발행인은 무위당 장일순의 글을 인용하며 기후위기 시대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긴다. “특출난 인간의 존재를 상정하는 정치가 정상적인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언급하는 대목은 최근 치러진 대선 정국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지역 경제와 문화를 살리는 정책으로 급진적 방향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의미심장하다. 김 발행인은 창간호에 실은 글 ‘생명의 문화를 위하여’에서 과학과 기술 공학이 환경의 비극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번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는, 공생의 윤리를 부정하는.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면역력을 갉아먹는 ‘탐욕’이라는 바이러스”라고 적고 있다.

1991년 창간한 생태주의 잡지 녹색평론은 지난해 말 창간 30주년호를 마지막으로 1년간 휴간에 들어갔다. 중국 공업화, 용산 참사, 촛불시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생물 다양성 등 다양한 주제로 쓴 글들은 그가 떠난 후에도 유의미한 질문을 던진다. 김종철의 글을 곱씹어 읽어야 하는 이유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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