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사거리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북악산이 반갑게 마주한다. 북악산을 병풍 삼아 이순신장군상과 세종대왕상이 나란하고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과 근정전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뒤편에 청와대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시청에서 청와대는 걸어서 20분 거리다. 경복궁 동쪽 담장을 따라 삼청동에서 발원해 청계천으로 흘러들던 시냇물 소리를 상상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건춘문 앞이다. 맞은편에는 전두환 소장이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했던 보안사에서 국립 현대미술관 서울분관으로 변신한 적벽돌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국립 민속박물관 앞에서 저만치 청와대와 감사원으로 가는 양 갈래 길이 보인다. 청와대 외곽 경비를 맡은 경찰들을 마주치며 옷깃을 여민다. 중간중간 차량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경찰들도 분주하다. 종로구 청와대로 1. 금단(禁斷)의 영역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나를 주시하는 경계의 눈길들이 삼엄하다. 청와대 담장을 에워싼 기관총으로 무장한 경관들도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한다.

광화문과 청와대는 20분 거리지만 공간적으로 국민들과 동떨어져 있다. 여민관에 있는 대통령과 참모진은 1분이면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통령이 구중심처 관저와 집무실만을 오가며 혼밥을 하고 참모들이 건네주는 잘 편집된 보고서만 읽는다면 국민과는 겉돌기 마련이다. 외부 출장길도 청와대 경내 헬기장을 이용해 하늘 위로 날아다니면 집값과 부동산 대출로 신음하는 서민, 취업 준비로 비쩍 말라가는 취준생, 가사와 일에 지친 워킹맘을 살필 길은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유체이탈 화법이나 공허한 현실 인식도 청와대와 광화문 사이의 넘을 수 없는 벽에서 비롯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에 명운을 거는 듯한 모습이 못마땅하다. 더 우스운 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반대 명분으로 5년 내내 듣도 보도 못한 안보위기를 소환한 일이다. 아직 상견례 일정조차 잡지 못한 두 사람의 거리가 광화문과 청와대의 거리만큼 점점 멀어지고 있다.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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