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철원주재 취재부국장
▲ 이재용 철원주재 취재부국장

접경지역 철원에서 생활하며 살아 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접경지역이란 군사시설 보호법의 규정에 따라 민간인을 통제하는 기준선 이남의 지역으로 민간인 통제선에서부터 거리, 지리적 여건, 개발 정도 따위를 기준으로 해 대통령령으로 정해진다. 군사 시설이 밀집해 있는 접경지역 철원은 6·25전쟁 이후 7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주민들은 국가안보라는 명분 아래 각종 규제와 개발제한에 대한 불이익을 감내하며 묵묵히 살고 있다.

최근 수 년간 국방개혁 2.0으로 인해 생존권 문제에 대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철원 주민들은 이와 못지 않은 다른 희생들을 강요당하고 있다. 타 지역보다 많은 군부대 포사격장 소음을 비롯해 민통선 내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 버젓이 설치된 군부대 초소의 과도한 검문은 아직도 철원지역 주민들의 기본적인 행복마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본 기자가 철원으로 발령받은 지난해 3월 초, 첫 출근하는 길에 바로 인근에서 쏘는 듯한 큰 대포소리에 몹시 놀랐다. 철원군청이 인접한 시가지 임에도 불구하고 포사격 훈련 소리치고는 너무나 컸던 것이다. 주민들은 몇 십년을 저렇게 쏘고 있는데 무엇이 그리 놀랍냐는 반응이다. 물론 포사격장과는 어느 정도 떨어진 시가지이고 본 기자가 처음이라 너무 과민반응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포사격장과 바로 인접해 있는 마을 주민들이라면 이렇게 큰 대포소리에 어떻게 살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포사격 소음에 대책을 요구하며 포사격장 폐쇄를 외치는 주민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철원에서 군부대 포사격 훈련으로 소음피해가 가장 큰 곳은 갈말읍 동막리 지역이다. 동막리에는 M진지 포사격 훈련장과 용호동 포사격 훈련장 등 2개가 위치해 포사격 훈련이 실시될 때마다 주민들은 극심한 소음피해를 입고 있다. 동막리 포사격 훈련장은 당초 소형 포 사격장으로 운영됐으나 6~7년 전부터 다연장포와 K9 자주포 등 대형 포 사격 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포사격 훈련이 실시되는 날이면 훈련장 입구에는 포사격장 폐쇄를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이는 주민들을 자주 볼 수가 있다.

접경지 철원의 또다른 문제는 민간인통제선 내의 마을로 들어갈 경우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군부대 초소인데 과도한 검문절차로 마을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최근 철원군 근남면 마현1·2리 주민들이 마을 입구에 있는 군부대 민통13초소 폐쇄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보이는 등 사태가 심각해 지고 있다. 국도5호선에 자리한 13초소는 주민들이 마현1리와 마현2리로 출입할 때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곳이다. 주민들은 초소에서 지나는 모든 운전자를 상대로 신상정보와 목적지를 요구하는 등 과도한 출입 절차로 불편을 겪고 있다. 또 영농철 외부 영농 인력이라도 데리고 들어 가려면 출입신고에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한다.

출입에 많은 불편을 느낀 주민들은 급기야 민통13초소에서 시위를 벌이고 관할 부대인 화천군 육군 15사단 앞에서 13초소 폐쇄를 요구하며 차량 통행증과 출입 허가증을 모아 불태우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철원 주민을 우습게 생각하는지 이제는 대놓고 강원도 이외에 소재한 군부대들까지 철원 동막리 포사격 훈련장을 찾아와 대포를 쏜다. 하지만 이것을 누가 막을 것인가. 수 십년전 국가의 이주 정책에 따라 자립안정촌, 재건촌, 통일촌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민북마을로 이주해 어렵게 살아온 철원지역 주민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신분 검사를 거쳐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들에게 삶의 터전인 철원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대선이 끝나고 지방선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철원에서 어느 후보가 선출되든 당선자들은 반드시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 될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접경지역 주민으로 철원에서 살아 간다는 것이 최소한의 자유와 행복할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이제는 누군가가 나서서 수 십년간의 얽매인 고통의 사슬을 끊어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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