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열 강릉본사 취재부장
김우열 강릉본사 취재부장

‘4월의 크리스마스’.

혹자는 ‘크리스마스는 12월인데, 뭐 잘못 먹었냐,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한다’고 할 것이다.

강릉에는 4월에 한 번, 12월에 한 번, 1년에 총 2번의 크리스마스가 있다. 정말 눈이 내린다. 12월에는 ‘하얀 눈’, 4월에는 ‘하얀 꽃눈’이다. 하얀 꽃눈은 ‘벚꽃’이다.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한번이라도 순백의 화사함을 지닌 ‘벚꽃 신세계’를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했다면 많은 이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래서 강릉의 첫번째 크리스마스는 벚꽃에서 시작된다.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이야 많겠지만, 싱그러운 봄의 시작을 알리는 벚꽃이 담는 의미는 좀 더 특별하다.

‘설렘’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설렘은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림, 또는 그런 느낌을 말한다. 풋풋하고 순수한 첫사랑 이야기를 담은 ‘청춘 멜로물’이 아닐까. 누구에게나 학창 시절의 첫사랑이 있기에 옛 연애의 추억도 마구 끄집어낼 수 있다.

그렇기에 존재 자체로 ‘심쿵’하게 만드는 벚꽃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나이는 필요 없다. 모두가 처녀·총각이다.

그래서 이맘때만 되면 으레 기다려지는 게 경포벚꽃이다.

경포벚꽃은 국도 7호선과 만나는 경포대 입구에서부터 경포 홍장암까지 약 3㎞ 구간에 걸쳐 흐드러지게 핀다.

연분홍 벚꽃이 수놓아진 호숫가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상상보다 훨씬 흡족함을 선사한다. 형형색색의 조명등이 연분홍 벚꽃을 비추는 야간 풍경도 아름답고 따스하다.

벚꽃의 절정 시기는 개화 후 일주일 정도다. 바쁜 일상 속 시간을 낼 필요가 있다. 절대 후회는 없다.

장롱을 뒤져 세월의 촌스러움이 배어있는 옛 옷을 꺼내입고 벚꽃 나들이를 떠나면 어떨까.

한가지 아쉬운 것은 경포벚꽃잔치가 코로나19로 취소됐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이다.

자연의 순리처럼 겨울이 지나 봄을 알리는 벚꽃이 피듯, 맘 편히 벚꽃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우리네 소중한 일상도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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