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를 펼쳐 읽는 어느 봄날 저물녘
세상의 중력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한 마리
배추흰나비
날개바람 살랑인다.
꽃심에 앉아도 미동 않는 꽃의 반응
고요 깃든 날갯짓에 세상이 잠들었나
가만히
숨죽인 나도
꿈속인 듯 아련하다.
날아야만 나비라는 관념의 꽃밭에서
날개 접어 꿈을 꾸는 영혼의 착한 무게
꽃잎에
마음을 더한
딱 그만큼의 존재여.
책에서 빠져나온 상념이 엄습한다
나는 누구이며 나비는 무엇인가
어느 봄
날 저물녘에
꿈꾸듯이 장자를 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