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보배추
▲곰보배추

산등성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합니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짙어지는 숲. 온 산천이 옷을 갈아입느라 부산합니다. 이즈음, 곰보배추가 제 모습을 드러내지요. 추운 겨울을 버티고 봄을 맞는 열정이 대단합니다. 햇볕을 빨아들이는 잎의 표면이 올록볼록한 곰보배추는 주위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비웃지 마라. 잎은 곰보지만 내 속엔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고 강변하는 듯합니다. 그렇겠지요. 곰보배추라는 이름을 스스로 짓지 않았으니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습니다.
 

생김새 때문에 억울할 법도 하지만 곰보배추의 생명력은 그 어떤 식물보다 강인합니다. 영하의 날씨를 견디고 잎을 틔워 冬生草(동생초)로 불리며 냉이, 달맞이꽃, 엉겅퀴와 함께 대표적인 로제타 식물로 꼽힙니다. 효능이 알려지기 전에는 논과 밭, 강가에 나는 잡풀 정도로 취급됐지요. 그러나 치유 식물로 알려지면서 잡초가 아닌 각종 성인병과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는 귀한 식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농가에서 집단 재배, 그 위상을 한층 높이고 있지요.

곰보배추는 치료제로서 다양한 효능을 자랑합니다.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 때 앓기 쉬운 기관지 질환에 효과적이며 폐놀화합물이 풍부, 폐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혈액의 노폐물과 독소를 없애 피를 맑게 하고, 뼈를 튼튼하게 해 골다공증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배추’라는 이름에서 보듯 이른 봄 나물과 겉절이, 국거리로 요긴하게 쓰이며 뿌리째 말려 차로 마시기도 합니다. 계절에 상관없이 오랫동안 음용하기 위해 효소발효액을 담가 사용합니다.

곰보배추는 겉모습으로 사물을 재단하지 말라고 일깨웁니다. 천연두 마마가 횡행하던 시절, 얼굴이 얽고 곰보가 된 사람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평생의 업보로 여기기엔 상심의 무게가 결코 작지 않았을 것입니다. 봄과 더불어 성큼 다가온 정치의 계절. 누구나 공정과 상식, 반칙 없는 세상을 역설하지만 그 잣대는 타인에게만 적용되는 듯합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정치판에서 나 홀로 깨끗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짓물러 내면이 썩어문드러지는 ‘정치 곰보’는 또 얼마나 많은지.
 

▲강병로 전략국장
▲강병로 전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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