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쪽 일가를 외가(外家)라고 부른다. 그에 비해 아버지 쪽은 친가(親家)로 분류한다. 부계(父系) 혈통을 강조하던 전통사회의 가부장적 인식이 관용적 호칭에도 배어있다고 할 수 있겠다. 차별적이라고 해 지난 2019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는 친가와 외가를 아버지·어머니 본가로 통일하자는 개선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양친의 무게와 은혜가 다르지 않으니 새겨 볼 만한 제안이다.

새 정부 출범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동시에 경향 각지 신문에는 ‘강릉’을 언급한 기사 빈도가 부쩍 늘었다. 강릉이 윤석열 당선인의 어머니 고향으로, 모계(母系)의 뿌리를 두고 있으니 연고지 차원에서 주목받는 모양새다.

역사 인물을 살펴보면 강릉은 ‘외향(外鄕)’의 존재감이 유별난 곳이다. 강릉김씨 시조인 명주군왕 김주원 공 또한 외향이 강릉이다. 먼 옛날 신라시대 때 그의 어머니 연화부인과 아버지 무월랑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남대천 월화정 설화’로 전해져 오늘날 강릉 도심의 명소인 ‘월화거리’를 낳았다. 겨레의 스승으로 불리면서 모자(母子) 화폐 인물의 주인공이 된 율곡(栗谷) 이이 선생은 오죽헌 몽룡실에서 태어나 어머니 신사임당의 가르침 아래 대학자로 성장하고, 문향의 위상을 더했다. 조선 최고의 개혁 사상가인 교산(蛟山) 허균 선생 또한 외가가 강릉(사천면 애일당)이다.

그들은 시대의 고민에 충실하면서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고, 강릉이 자랑하는 인물로 선양되고 있다. 특히 율곡과 교산은 백성들을 옥죄는 폐단을 혁파하는 경장(更張)·개혁과 대동(大同)을 주창한 정치 철학을 견지했다는 점에서 더욱 교훈적이다.

외가와 친가의 무게에 차이가 없듯이 윤 당선인이 진영이나 지역, 성별을 가리지 말고 품고 존중하기 바란다. 국민 통합과 경장을 위해 지금 당선인에게 필요한 것은 충신(忠臣)보다는 율곡 같은 ‘양신(良臣)’이다. 본인도 죽고, 나라도 망칠 수 있는 충신보다는 본인 스스로를 보존하면서 국민과 대통령을 살리는 양신. 주변에 그런 이들이 많아야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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