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의 추적 스릴러 ‘돼지의 왕’이 모레 11, 12화로 막을 내린다. 중학생 시절 겪은 폭력의 기억이 어른이 됐어도 연장선에 놓인 황경민과 정종석 그리고 김철에 얽힌 핵심 사건의 실체가 마지막 반전을 남겨놓고 있다. 처음 이 시리즈가 예고됐을 때 천만 관객의 ‘부산행’으로 ‘K 좀비’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연상호 감독의 원작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영화 ‘부산행’이 그의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원작임을 알게되면서 시간들여 보길 잘했다고 여긴 적이 있어 이번에도 원작을 찾았다.

연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인 ‘돼지의 왕’이 2011년 개봉했을 때 영화계와 관객에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개의 상을 받고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 칸 영화제에 출품됐다. 18세 관람가의 성인 장르물이었으니 고정관념을 뒤엎기에도 충분했다. 1억5000만원이라는 저예산을 들이고도 2·3차원의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고 탄탄한 구성과 연출력도 이슈가 됐다. 연상호를 애니메이션만이 아닌 실사 영화 감독으로의 가능성을 먼저 알아본 것은 외국이었다.

‘돼지의 왕’ 원안은 그가 2000년대 초반 군 시절에 쓴 짧은 글이었는데 그때 제목은 ‘1991년 우리의 영웅 철이’였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돼지의 왕’으로 고친 제목에서 사회적인 성격을 풍기는데, 실상 ‘돼지’라는 단어는 예민한 점이 있다. ‘돼지’가 함축하고 있는 여러 상징성이 있고 동시에 ‘개돼지’라는 합성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불편함 때문이다. ‘개돼지’는 막된 사람을 가리키기도 하나, 국민을 분별력조차 갖지 못한 존재로 취급할 때도 써왔다.

원작 애니메이션에는 ‘개’와 ‘돼지’를 한 묶음이 아니라 나누고 있었다. ‘개들’이 ‘돼지’를 사육하는 것으로 나온다. 과거 부패한 독재정권이나 부정한 군사정권이 인권을 억압하고 통제하는데도 탈없이 버티도록 그 권력을 감시와 견제하는 대신 오히려 거들었던 공기관과 언론을 지탄할 때 ‘권력의 개’로 불렀으니 분명 돼지와 다른 지점에 있다. ‘스산한 느낌과 슬픈 느낌’이 동시에 들었으면 한다고 제작일지에 쓴 연 감독의 ‘돼지의 왕’을 추천한다. 박미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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