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비료 가격 폭등 정부 영농 지원 절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도내 농촌으로까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비료 등 농자재값도 폭등, 영농철을 앞둔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등 서방이 잇따라 제재를 하면서 러시아의 원료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료 가격 상승은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관계자는 비료 교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내년 심각한 식량 공급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와 케냐의 소규모 농민들은 비료 대신 퇴비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캐나다에서는 일부 농민이 비료 사재기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국제적으로 비료 부족 사태가 위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내 요소비료, 면세유, 멀칭 비닐 등 영농철에 농사에 필수적인 농자재들의 가격은 2배 이상 올랐습니다. 지난해 1만 원대였던 20㎏짜리 요소비료 한 포대는 올해 3배 가까이 인상된 2만8000원에 가격이 형성됐습니다. 작년에 ℓ당 600~700원 하던 면세유 가격도 현재 1400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멀칭 비닐, 점적 호스, 하우스 자재 등도 최고 30% 이상 가격이 치솟은 상태입니다.

도내 농가들은 영농 비용이 크게 오르자 올해 농사를 지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부 농가는 비료 사용량을 줄이는 등 비상한 영농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농업인들은 이대로 농사를 지으면 수확량에도 영향을 끼쳐 수입도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농업인들은 춘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도와 춘천시에 영농에 비료의 인상분을 추경을 통해 전액 지원, 농민들의 고통을 덜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영농 차질은 비단 농업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식량 산업 보호 차원에서도 중요한 사안입니다. 밀·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국내 밀가루 가격도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추상적으로 여겼던 식량 안보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더 큰 위기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영농 환경이 흔들리지 않게 정부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농가 비료비 지원 등을 포함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농산업 기반을 다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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