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민 대한노인회 춘천시지회장
▲ 최승민 대한노인회 춘천시지회장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뜻을 둔 많은 후보가 예비 등록을 마친 가운데 선거운동이 불붙기 시작했다.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들은 허리를 굽히고 표를 호소하고, 유권자들은 때를 만난 양 열심히 뛰라고 격려하는 것이 선거운동 기간의 광경이다. 특히 사회로부터 경시당하거나 젊은이들로부터 꼰대라고 비아냥 받는 어르신들은 선거철에는 목에 힘을 주며 1년이 선거운동 기간만 같으라고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을 회원으로 둔 경로당에는 문턱이 닳도록 후보자들이 찾아오는 것이 선거마다 반복되는 풍경이다.

경로당의 ‘집 당(堂)’을 ‘무리 당(黨)’으로 바꾸면 새로운 정당의 하나인 경로당으로 인식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경로당을 총괄하는 지회장은 당(黨) 대표로 활동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당 대표인 지회장이 공식 석상이나 사석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도 아닌 오직 어르신을 위한 ‘경로당 대표’라고 외치면 듣는 사람들은 ‘경로당이 무슨 정당이야?’하고 갸우뚱하는가 하면 ‘이번 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이 맞구먼…’ 등 수군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경로당은 당헌·당규 대신 노인회 정관이 있다. 도내 당원(회원)만 14만5000여 명으로 65세 이상 어르신(33만5000여 명)의 43%를 차지한다. 도내 유권자 133만여 명 중 10%에 이른다.

여당도 야당도 아닌 경로당이 뜨면서 각 정당 후보들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53년의 전통을 이어온 경로당은 기본 목표가 어르신 복지증진과 권익 보호이나 선거 때면 후보자 당락을 좌우하는 저울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어 집중 조명 받는다. 이번 선거도 예외일 수 없다. 각 후보들은 경로당원을 의식하고, 공약도 어르신 복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어느 후보는 어르신들이 잘 먹고 잘 놀면서 웰다잉(존엄사) 할 수 있는 시책을 내세우는가 하면 어르신 돌봄시스템을 강화해 자녀 못지않은 보살핌을 공약으로 넣은 후보도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렇게 경로당(黨)은 선거철 잠깐 활동하다가 선거 후에는 다시 원래 경로당(堂)으로 제 이름을 찾아 어르신들의 쉼터가 된다.

문제는 선거 후다. 선거운동 기간 굽혀진 허리와 목은 깁스하듯 뻣뻣해지고 공약은 예산 타령, 사업의 완급 등의 이유를 들어 언제 그랬냐는 식의 딴전을 피우는 당선자들이 간혹 있다. 이들을 지켜보는 당원들은 차기 선거를 고대한다. 색깔이 없는 경로 당원들은 선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고 어느 후보가 어르신들을 위해 관심 갖고 어떠한 공약을 펼치는지 낱낱이 살펴야 한다. 당과 학연·지연을 떠나 합당한 후보를 선택하는데 작은 눈 크게 뜨고 주어진 주권을 올바르게 행사해 줄 것을 간곡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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