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의 봄을 통째로 옮긴 듯 장터마다 봄나물이 즐비합니다. 쑥잎은 벌써 한 뼘 넘게 웃자랐고, 두릅은 암팡지게 살이 올랐습니다. 바구니에 소복한 영아자는 뽀얀 종아리를 드러내 뭇 시선을 유혹합니다. 영자 순자 미자 숙자 등 많고 많은 ‘자’ 이름 중에 하필이면 영아자일까. 한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이 식물은 잎과 줄기, 뿌리를 나물과 약재로 쓰는데 맛과 향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지요. 샐러드와 무침, 파스타, 쌈 등 쓰임이 다양합니다. 봄 기지개를 켜는데 이만한 산채가 또 있을까요?

양지바른 산기슭과 계곡은 물론 고산지대에서도 잘 자라는 영아자는 서민들과 친숙한 탓에 여러 별칭을 갖고 있습니다. 강원도에서는 미나리싹 또는 산미나리싹으로 부르며 지역에 따라 미나리취 염아자, 모시잔대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뜻이겠지요. 잎은 어긋나며 1m 가까이 자랍니다. 7∼9월에 피는 보라색 꽃은 앙증맞고 귀여워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많지요. 한때 소득 작물로 권유되기도 했으나 야생에 폭넓게 분포, 재배 농가는 많지 않습니다.


도라지를 닮은 뿌리는 한방에서 약재로 쓰입니다. 기침과 가래, 천식 등 기관지 계통 질환에 사용하며 허약체질 치료에 유용합니다. 민간에서는 뿌리를 닭과 함께 삶아 보양식으로 먹습니다. 줄기를 꺾을 때 나오는 하얀 진액은 단맛이 있으며 비타민C와 마그네슘, 아미노산, 단백질이 풍부합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용도는 쌈 채입니다. 아삭아삭 단맛이 나는 어린 순은 고기와 잘 어울리며 잡채를 만들 때 훌륭한 보조 재료가 됩니다. 끓는 물에 데쳐 무침 나물로 만들어 먹기 좋습니다. 독성이 없는 것이 장점.

나라 안팎이 어수선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도자가 광기에 사로잡힐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전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국내 사정도 녹록지 않습니다. 장바구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증권 시장은 새파랗게 질렸습니다. 중소도시 점심값이 1만원대를 기웃거리며 직장인 호주머니를 위협합니다. 여기저기서 ‘미치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영아자 꽃말도 ‘광녀(狂女)’라네요. 꽃 모양이 머리를 풀어 헤친 여자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였다는데 달갑지 않습니다. 평온한 하루하루가 아쉬운 판에….

▲ 강병로 전략국장
▲ 강병로 전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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