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동전 한 닢이 뒹군다

누군가의 주머니를 뚫고 나온 동전

뾰족한 슬픔처럼 떨어져 있다



문득, 어리던 날

부잣집 친구의 굴렁쇠 웃음소리

가슴을 뚫고 들어온다

내 주머니 속 십 원짜리 동전은

부끄러워 발갛게 달아올랐다

어젯밤 엄마 눈을 속이고

돼지 저금통에 넣지 않았던 동전,

그 동전 ‘달고나’ 속으로 녹아 들어간다

‘달고나’는 별 모양, 달 모양, 해 모양으로

내 입으로 살살 녹아 들어간다



오후가 되면 내 심장은 콩알만 하게 되고

엄마 목소리는 천둥소리가 된다



어리던 날 군침돌게 하던 동전 한 닢이

자꾸 목구멍으로 넘어온다

별 모양, 달 모양, 해 모양, 우산 모양으로 넘어온다



노랗게 가슴 졸이던 ‘달고나’ 그 한 닢,

지금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다



길가에 동전 한 닢이 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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