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깊은 몸짓 낯섦이 주는 감동
아비뇽 페스티벌 off서
‘동방의 햄릿’ 전 세계 주목
음악 어우러진 몸짓 언어
관객 몰입도·상상력 높여

■ 배우 주동하
노뜰 다양한 시도에 매료
■ 배우 홍한별
연극으로 ‘살아있음’ 느껴
■ 배우 송정현
더 진실한 연극 의미 생각

▲ 왼쪽부터 송정현·주동하·홍한별 배우
▲ 왼쪽부터 송정현·주동하·홍한별 배우

관객이 상상하며 해석하는 연극

“극단 노뜰의 무대는 피지컬 씨어터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응축된 대사와 그 행간을 채우는 신체 표현 덕분에 관객은 이야기를 상상하며 봅니다. 그래서 100명의 관객이 있다면 100개의 해석과 주제가 가능합니다.”

일본 극단 블랙텐트의 기라타니 나츠코의 이 말은 노뜰을 적확하게 소개한 말이다. 노뜰은 아비뇽 페스티벌 off에서 ‘동방의 햄릿’으로 전 세계 평단과 관객의 주목과 지지를 받으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원주 후용리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국내외를 넘나들며 다양한 문화와 국적의 배우, 극단과 함께 노뜰만의 독특한 몸짓 언어와 다양한 공연 언어로 창의적인 작업과 공연을 해왔다.

지난달, 무대에 올린 전쟁 연작 마지막 작품 ‘your body’는 오미크론이 심각했던 상황임에도 객석이 꽉 찼다. 늘 그렇듯 노뜰은 대사보다는 음악, 음향과 조명이 어우러진 몸짓 언어로 무대를 채웠다. 전쟁 피해자들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과 이야기에 관객들은 점점 몰입했다. 노뜰은 관객이 생각하게 하고 질문한다. 막이 내리면 관객들은 저마다 답을 찾으며 집으로 돌아간다. 노뜰의 공연은 늘 그랬다. 지난 공연 후 다시 찾은 노뜰, 야외무대에서 뭔가 작업 중인 배우들이 눈에 들어왔다. 곧 있을 공연 ‘파란 나무’에 쓸 세트를 손보는 중이라고 했다. 잠깐 짬을 낸 젊은 세 배우의 이야기를 들었다.

▲  노뜰 공연모습
▲ 노뜰 공연모습

젊은 배우들이 말하는 노뜰과 나

주동하 배우는 서울에서 겉돌며 공연하다 한계를 느껴 혼자 공부하던 시기에 우연히 노뜰 단원 모집 공고를 보고 소개 글에 끌려 극단 오디션에 참여했다. 노뜰 무대에 오르고 싶고 깊이 배울 기회가 될 것 같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2019년에 합류했다. “잘하진 못하지만, 몸으로 작업을 해보니 오기 전과 지금은 차이가 있어요. 노뜰은 극장도 있고 상주할 수 있어 다양한 프로그램도 할 수 있고 공연에서 얻고 계속 트레이닝하며 많이 배우고 쌓아간다는 느낌이 있어요. 작년에 제가 작업한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공연은 영상도 쓰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고 전쟁 연작의 무거움을 벗고 가볍게 웃게 한 요소도 넣고 해서 리프레시 되는 느낌이 있어 좋았어요.” 그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경험하고 흐름에 따라 연결되는 공연을 하고 싶어 계속 연극을 붙잡고 갈 생각이라 한다.

미술을 전공한 홍한별 배우는 대학에서 연극 동아리를 시작으로 제주와 다른 지역 극단에서도 활동을 해왔다. 2020년 제주 노뜰 쇼케이스에서 본 노뜰의 공연이 대사가 많지 않고 독특한 미장센을 보여 신선했다고, 어떤 과정으로 이런 작업의 결과가 나왔을까 궁금했고 마침 단원 모집 시즌이어서 고민하다 합류하게 되었다고 한다. “연극의 매력은 매 순간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거예요. 이런 것들도 공연이 될 수 있구나 싶고 이게 관객에게 공연으로 보인다고? 내가 보기엔 이야기도 없는데 그 안에서 이야기가 생기고 관객에게 자극이 되는 것을 보고 연극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눈이 좀 트이는 느낌이 들어요. 언젠가 미술과 연극이 결합한 홍한별만 할 수 있는 홍한별다운 공연을 하고 싶어요”라며 작년 후용페스티벌에서 혼자 기획하고 준비한 작품인 작가 노트를 준비하면서 그의 생각을 담을 수 있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 작품이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대학에서 연극을 하게 된 송정현 배우는 “학교 졸업하고 알바를 하던 중에 학교 선배가 제 아이디로 오디션 신청을 해줘서 오디션을 보면서 노뜰을 알게 되었고 들어왔어요. 이곳에 와서 연습해보니 일반적인 상업 연극, 대중 연극과는 달랐어요. 연습하면서 처음에는 이게 맞나, 이건 괜찮은가, 생각이 많았는데 계속하다 보니 더 진실한 느낌의 어떤 것을 하고 있음을 느끼고 처음과는 다르게 생각하면서 연극을 하고 있음을 느껴요.” 그는 전쟁 연작도 했고 무거운 주제의 공연을 해왔는데 거기서 벗어난 연극은 어떻게 구성이 되고 펼쳐지는지 궁금하다며 ‘침묵’ 공연에서 스텝으로 참여한 경험도 더 다양한 생각을 하게 했고 연극의 의미와 노뜰에 있는 이유도 생각하게 되어 의미 있었다고 한다.

▲ 노뜰 전경
▲ 노뜰 전경

노뜰과 공동체 그리고 마을

배우들은 노뜰에 합류한 계기도,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도 닮았다.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노뜰에 머물게 되는 것 같다. 배우들은 공동체 안에서 워밍업과 트레이닝, 작업을 함께 하고 개인 시간을 보내는데 작업이나 연습을 할 때 모이기도 쉽고 소통도 잘되어서 안정적으로 배워가며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노뜰은 20년 전 폐교인 후용초등학교에 자리를 잡았다. 시골 마을에서 연극을 하면서 그들만의 성을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마을 일부가 되려고 노력을 해왔다. 마을 일에 배우들이 손을 걷었고 주민을 위한 주민참여 프로그램도 만들고 아이들 교육을 돕기도 했다. 그렇게 20년 동안 마을에 스며들어 이젠 후용리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되었다. 노림 폐교에 있던 화가들 몇이 후용리 마을회관과 창고를 빌려 아트팩토리 후를 만들어 합류하면서 다양한 협업으로 후용페스티벌과 함께 다양한 창작과 공동작업을 함께하며 후용리는 예술가 마을로 자리매김했다. 이 호기심 돋는 노뜰을 만나려면 어떡하냐고? 노뜰은 ‘침묵’으로 29∼30일 대전 별별 극장 무대에 오르고 춘천 마임축제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파란 나무’ 공연은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투어에 오를 예정이니 공연장을 찾는다면 노뜰은 여러분을 매력적이고도 신선한 충격으로 매혹할 것이다. 시인·문화기획자

▲ 후용예술센터
▲ 후용예술센터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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