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욱 원주본사 부국장
정태욱 원주본사 부국장

“오직 ‘시민’만 바라보며, ‘젊은’ 생각으로, ‘애향심’과 ‘진심’을 더해, ‘활력’을 불어넣고, ‘발전’시키며, 지역의 가치를 ‘두배로’ 만들겠습니다”

6·1지방선거 원주시장 예비후보들이 저마다 내세운 출마 슬로건의 핵심 키워드를 모아 봤다.

‘시민’ 바람을 철저히 반영하는 예산 편성과 집행으로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실현하며 새롭고 행복한 변화를 이뤄내겠다. 보다 ‘젊은’ 생각으로 시민이 주인인 행복한 원주를 만들겠다. ‘애향심’을 바탕으로 강하고 바르며 좋은 내고장 원주를 만들겠다. ‘진심’을 담아 시민을 섬기겠다. 코로나19 등으로 침체에 빠진 원주에 인재와 자원이 몰려들게 하고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 선점하며 새롭게 성장토록 넘치는 ‘활력’을 불어넣겠다. 강한 추진력으로 원주를 ‘발전’시키겠다. 원주에서 사는 즐거움을 ‘두배로’, 원주에 사는 자부심을 두배로, 이사 오고 싶은 도시 원주를 만들겠다.

이 같은 각오라면 누가 본선에 올라 시장에 당선돼도 원주의 성장, 그것도 아주 획기적인 발전은 기정사실이다. 저마다 제시하는 세부 계획까지 들여다보면 향후 원주가 발전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그런데 왠지 불안하다. 이들의 각오와 공약이 귀에, 가슴에 확 와닿지 않는다. 간혹 현실성 있어 보이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먼저 든다. 이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역대 선거에서 홍수처럼 쏟아졌던 희망찬 수많은 공약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상황을 너무 많이 경험해 온 탓일게다. 흔치는 않지만 이미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나 정책을 자신이 새로이 구상한 것처럼 포장해 공약으로 발표하는 사례도 유권자에게 실망을 준다. 기초의원 후보가 시장 후보가 내세울 법한 도시 전체의 발전 구상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면 시장 후보가 수준이 낮은 건지, 기초의원 후보가 수준이 높은 건지 고개가 갸웃거려지곤 한다. 더구나 선거 때에는 후보들이 자신의 공약을 들어달라며 곳곳에서 유권자의 손을 잡거나 유세차 마이크를 이용해 호소하고 간청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에는 유권자가 당선된 후보에게 제발 꼭 공약을 지켜달라고 읍소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점도 그들의 공약, 각오에 더욱 짙은 물음표(?)를 갖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렇게 생각하든 말든 선거는 진행된다. 투표를 거쳐 우리지역 리더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탄생하게 돼 있다. 이 때문일까,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로서 괜히 튕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꼬장을 부리겠다는 건 아니다. 그들의 각오와 공약을 검증하고 싶은 마음이 어느 때 보다 크다는 말이다. 현실성이 없거나 구태의연한 공약에 대해 따져 묻고 반드시 답변을 받아내 쉽사리 공약을 내세우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유권자로서의 권리와 힘을 내세우고 싶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에 묻혀 일찌감치 이슈화되지 못했고, 선거구 개편까지 늦춰지면서 한달 만에 4년간 지역을 대표해야 할 리더들을 검증해야 한다. 생업을 이어가며 후보를 검증하는데 상당수 유권자가 시간 부족을 느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선거 역시 장밋빛 공약이 남발되고 유권자는 이를 믿고 투표에 나선 뒤 공약 좀 이행해 달라고 사정하는 악순환이 이뤄질까 우려된다.

장기화 된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내몰린 많은 이들이 유권자로서도 무너지지 않도록 출마자, 정당 등 정치권이 이번 선거에서 정말 할 수 있는 ‘약속’으로 중무장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선거가 끝났으니 수많은 공약으로 부풀었던 지역 발전 ‘꿈’이 끝났다는 기존의 ‘허무한 선거공식’이 아닌, 선거가 끝났으니 지역 발전 ‘꿈’이 이제 실현된다는 새로운 ‘희망의 선거 공식’이 쓰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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