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지역정치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이 ‘낙점’이었다. 아래로부터의 민의가 담긴 공천이 아닌 중앙정치의 지방선거 오염, 공천을 둘러싼 부패 비리 사건이 심심치 않게 터졌다. 중앙당 실세, 국회의원, 지구당 위원장 등이 탐욕에 의한 자의적인 후보 낙점 횡포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를 주민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공천 과정은 이전보다 투명해졌다. 요즘은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실시하며 보완했으나 지방선거 선출직 비리가 현직에서의 활동기간보다 공천 과정에서 사건화가 더 많은 것을 보면 더 획기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낙점’이 선거 과정보다 더 자주 등장할 때가 인사 문제에서다. 유능하고 도덕적인 인재 등용은 국가든 기업이든 어떤 조직이든 그 공동체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에 핵심 사안이다. 인사와 조직 관리 시스템이 탄탄해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으며 독점적인 재량권을 가진 인사권자 1인에 의한 낙점 횡포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라며 늘 경계하고. 축적된 경험을 복기하기도 하며, 보다 객관적인 제도를 도입해 신중히 처리하는 이유이다.

조선 중기의 류성룡(1542~1607)은 인재 등용에 성공한 인물로 꼽힌다. 임진왜란 발발 직전 군관인 이순신을 천거해 전라좌수사로 임명토록 하고 권율도 마찬가지로 중용하도록 해 위기에서 국가를 구하는데 소임을 다했다. 류성룡의 인재 등용 기준과 원칙, 방법, 적용 등을 현대 조직경영 차원에서 분석한 논문도 나왔는데 김동삼의 ‘류성룡의 전략적 인재관리’이다. 파격적으로 천거하고 철저하게 적재적소에 배치한 배경에 실용 중심 개혁주의 가치가 있음을 밝혔다. 신분계급 인식이 강고한 사회에서 능력 본위의 신분 평등주의를 갖고 있었다. 사람 보는 안목은 단순히 미시적, 개별적, 단기적인 것에서 벗어나 거시적, 시스템적, 장기적인 특성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관료 인사에서 발탁이 아닌 낙점의 횡포를 부린 사례는 숱하다. 고위공직자는 전문적인 업무역량은 기본이며 부패에 대한 엄정한 처신,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헌신적 태도가 있어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직업윤리, 규범준수에 어긋난 행보를 보여온 후보자들이 ‘낙점의 힘’을 믿고 버티는 모양이 흉하다. 박미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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